물려받은 부동산과 개인연금 상품이 있고 펀드투자도 하고 있는데 풍요로운 은퇴준비를 위해 이 자산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요? 무조건 장기투자가 최고라는데…… 그 말이 맞나요?

투자의 3대 요소

'블루호프'라는 다이아몬드가 있다. 세계 4대 다이아몬드의 하나로 무려 2천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다이아몬드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값어치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으면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다. 가격이 2천억원이나 되니 팔아서 노후자금으로 사용한다면 다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 다이아몬드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가격이 너무 어마어마하여 다이아몬드를 살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고가의 다이아몬드는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데 별 쓸모가 없다.

비단 이 다이아몬드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자산들은 가지고 있어도 정작 필요할 때 현금화할 수 없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노후준비를 위한 투자 시 이 같은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 투자상품을 선택할 때에는 어떤 요소를 중시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1_유동성

다른 말로 시장성 또는 환금성이라고도 한다. '유동성'이란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현금화가 빠른 자산이 많으면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말하고, 현금화가 힘든 자산의 경우엔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표현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에는 물건을 사고팔 때 바로 사용하는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화폐, 즉 현금이 가장 유동성이 높다. 이에 비해 건물이나 토지 등의 부동산은 대표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자산이다.

금융상품의 경우, 대체로 유동성이 좋은 편이지만 상품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보통예금이나 일반적인 적금 등은 바로 현금화할 수 있어 유동성에 제약이 없다고 봐야 한다. 단, 해지 시 이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보험이나 펀드의 경우는 현금화하는 데 며칠의 시간이 소요되어 예 · 적금보다 유동성이 조금 떨어진다. 또, 중도해약 또는 중도해지 시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조건이 발생할 수 있다.

2_안전성

투자 원금을 안전하게 찾을 수 있는가의 정도를 의미한다. 금융상품에 따라 원금에 손해가 올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따라서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원금의 보존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자금을 운용해서 원금과 수익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금융기관의 안전성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자금운용 책임이 본인에게 있고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시장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꼭 살펴보아야 한다.

안전성이 확보되었다면 이자가 주어지는 기간별 현금흐름을 분석해서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선별해야 한다. 안전성을 무시한 채 빨리 수익을 내겠다는 급한 마음에 일을 벌이면 땀 흘려 번 소중한 원금까지도 잃을 수 있다. 돈은 버는 것만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3_수익성

투자한 원금을 어느 정도의 수익으로 늘릴 수 있는가이다. 당연히 수익이 높으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좋다. 금융상품 중에서는 주식 및 펀드가 예금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익이 높을수록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 투자상품을 구입할 때 신중해야 한다. 본인의 투자성향을 점검받는 것은 기본이고 투자에 따른 제반비용(선취수수료, 가입기간 중 보수 등)을 공제한 후 수익률에 따른 예상 현금흐름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가령, 수수료를 공제한 후 얼마가 투자되는지, 시장상황이나 전망에 따라 수익률이 어떻게 변동하는지, 또 다른 조건을 내걸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 단기로 운용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환금성 제약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유동성, 안전성, 수익성을 바로 투자의 3대 요소라고 한다. 그만큼 투자에 있어 중요하다는 의미이므로 노후자금을 마련할 때 이 세 가지 투자요소를 간과하지 말고 꼭 점검해보도록 하자.

잊지 말아야 할 은퇴설계의 6대 원칙

유동성, 안전성, 수익성이라는 투자의 3대 요소는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며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유동성만을 고집해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거나 은행에 예금만 해놓으면 수익성이 떨어져 원하는 노후를 보낼 자금마련에 문제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면 유동성을 잃어버려 정작 필요할 때에 현금화할 수 없어 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익성을 고집하다 보면 위험성이 너무 커 자칫 원금까지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유동성, 안전성, 수익성 모두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투자를 권한다. 이른바 은퇴설계를 위한 투자의 6대 원칙이다.

[제1원칙] 부동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조정한다. 부동산은 이른바 3대 자산인 주식, 채권, 부동산 중 가장 환금성이 적고 세금부담도 큰 자산이다.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 부동산의 비중이 크다면 제때에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급매로 인한 손실은 물론 보유비용이 크고 상속 시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은퇴한 후 월급 등으로 들어오던 현금이 사라진 상황에서 유동성이 부족한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예를 들어 겨울에 길을 걷다가 미끄러져서 척추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자. 당장 척추수술을 해야 하고, 입원비며 재활치료비 등을 감당해야 하는데 가지고 있는 자산은 집뿐이다. 집이 팔릴 때까지 수술을 안 할 수도 없고, 생활비로 수술비를 댔다가는 당장 먹고살 일이 막막해진다.

[제2원칙] 연금자산의 비중을 높이되 종신형에 주목한다. 은퇴 후에는 월급 등으로 매달 들어오는 돈이 없지만 생활비는 죽기 전까지 꼬박꼬박 지출되는 시기이다. 이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은퇴 후에도 매달 일정한 돈이 들어오는 투자를 마련해놓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연금형 자산이다. 사망 전까지 생활비를 보장해줄 수 있는 종신형에 투자해서 생활비 부담을 없애면 노후가 편안하다.

[제3원칙] 세금과 수수료를 최소화한다. 미국의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인생을 파산으로 몰고 가는 두 가지 요소로 세금과 질병을 꼽았다. 현대생활에서 세금은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젊어서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때에는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부분도 적고 감당이 가능하지만 소득이 없는 은퇴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얼마 안 되는 소득에서 적지 않은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여간 낭패가 아니다. 따라서 투자 시에는 세금과 수수료를 고려해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제4원칙] 장기투자 상품을 선택해서 일찍 시작한다. 장기투자의 장점은 총납입원금을 줄이고도 원하는 금액을 만드는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펀드의 경우 정액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하면 주식의 평균매입단가를 낮추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경기는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다. 그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는 것도 장기투자의 매력이다.

[제5원칙] 배우자의 은퇴설계도 같이 포함시킨다. 결혼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가정경제에서 부부는 함께 늙어가는 은퇴의 중요한 동반자다. 그러나 결혼생활의 시작을 함께했다고 해서 한날한시에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 중 한 명은 좋든 싫든 홀로 생존하는 기간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를 대비해서 남은 배우자에게 경제적 문제가 없도록 유족연금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어야 한다.

[제6원칙] 물가상승을 충분히 고려한다. 물가상승은 은퇴설계에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은퇴 전에 준비자산과 필요자금을 계산할 때 물가상승 예상분을 고려해 노후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은퇴 후 연금 등을 수령할 때 물가상승분만큼 증액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섯 가지 원칙은 은퇴 후부터 죽을 때까지 필요한 은퇴자금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원칙을 잘 지켜 노후를 설계한다면 보다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