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정과 비용의 관계  

  규정을 정해 놓으면 직원들이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기대는 계몽적 관점을 가지고 직원들을 어린아이 같은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기인한다. 조직에서 수립되는 여러 제도와 규정들은 ‘당신들을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직원들에게 심어준다. 사실 일탈행동을 보이는 직원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으므로, 소수의 일탈을 막기 위해 모든 직원들을 새로운 규정으로 압박하는 조치는 전 직원을 잠재적 위반자고 간주하는 것과 같다.

회사가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으면 그 불신에 대한 일종의 앙갚음으로 직원들 역시 회사를 믿지 않을 뿐더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행동할 뿐이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고 계산하기도 어렵지만 이는 엄청난 손실 비용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규정으로 얻는 이득이 과연 그런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지에 대해 면밀한 사전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규정과 함께 통제의 도구로 흔히 사용하는 벌칙도 사회규범을 시장규범으로 대체하는 역효과가 크다. 특히 그 벌칙이 벌금으로 매겨진다면 역효과는 더운 크다.

벌금과 보상

  기업이 직원들에게 부과하는 벌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보통 당근으로 생각하는 성과급도 따지고 보면 ‘채찍’이자 일종의 벌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능력이 부족하거나 운이 나빠서 성과가 저조한 직원들의 입장에서 성과급을 못 받는다는 사실은 곧 벌금을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금년에 이런 벌금을 부과 받은 직원들이 과연 내년에 성과를 창출하려고 노력할까? 실험결과에 의하면 ‘아니다’에 가깝다. 그들은 “성과급 받으려고 고생할 바에야 난 그냥 이렇게 일할래.”라고 말하며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된 돈을 일을 잘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성과급이 성과창출의 동기를 부여하기는커녕 적당히 일해도 괜찮도록 명분을 부는 ‘이상한 벌금’으로 인식되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제와 감시

  통제와 감시는 직원들의 이타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기보다는 무행동을 통해 이기심을 충족시키려는 욕구를 자극할지 모른다. 벌칙이나 제재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간단한 해법이지만, 그 해법이 문제를 고착시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악화시키고 만다. 경영학자 ‘게리해멀’은 “통제에 집착하면 직원들의 열정과 자주성을 해치고, 이로 인해 조직의 회복력은 심각하게 훼손된다.”라고 경고한다. 지금 실행중인 여러 종류의 통제 규정들이 직원들의 복지부동을 권장하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업력이 쌓일수록,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규정집은 두꺼워지면 두꺼워졌지 얇아질 줄 모른다. 그 이유는 시간이 흐르고 규모가 커질수록 일탈적인 행동사례가 하나 둘 발견되기 때문이지만, 과거의 죄 보다는 미래에 저지를지도 모를 죄를 더 괘씸하게 여기는 인간의 묘한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중 용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그들의 행동을 통제 및 수정해야 한다는 의도가 너무 지나치면 당장에는 원하는 성과를 얻을지 몰라도, 직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과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생산성은 저하되고 만다. 컴퓨터로 감시하고 감독자로도 통제하는 이중 조치는 효과가 가장 좋을 것 같지만 사실 최악의 관리방식인 셈이다.

반대로,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목적으로 그들에게 지나친 자율권을 주거나 방임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다면 이것 역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직원들을 통제하고 이끄는 데는 ‘중용’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다. 적절히 통제하고 적절하게 이끌어야지 효과가 좀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지나치게 자율을 인정하는 극단적인 조치는 항상 기존 문제를 악화시키고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

무임승차자.

  조직내의 무임승차자를 없애야 할까? 답은 ‘아니오’다. 물론 무임승차자를 줄이고 확산을 방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제한 조건들이 필요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숙주가 번식이라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기생충을 몸속에 보유하는 생존전략을 취하듯, 이 문제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해결법보다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험에서도 나타났지만 무임승차자를 발본색원할 도리는 없다. 제도에 편승하고 조직에 기생하는 무임승차자가 눈엣가시처럼 보기 싫더라도 그들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이 조직의 지속가능한 건강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숙주가 몸속에 사는 기생충에 눈감아줌으로써 자신의 생존력과 번식력을 유지하는 것처럼, 비록 조직발전에 긍정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무임승차자들은 그냥 놔두는 편이 낫다.

직원들이 커피 마시거나 담배 피우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생산성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여기기보다는 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그런 유휴시간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임을 연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정수기 주위에서 이루어지는 직원들의 잡담을 허용하는 대범함이 생산성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수용해야 할 경영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