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조의 맏아들, 조비의 입맛

중국 삼국시대의 주역으로 위나라를 건국한 조조는 장남인 조비를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조비는 껍데기만 남아 있던 한왕조를 폐하고 위나라를 개창한 뒤 황제 자리에 올라 위나라 문제가 됩니다. 조비는 ‘삼대에 이른 가문의 어른이 되어야 올바로 옷을 입고 음식을 먹는 법을 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환관 집안 출신의 부친 조조가 대업을 일으키면서, 조비는 젊어서부터 술과 음식, 의복이나 서화 등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명품을 접하고 즐기며 자연히 안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년기를 지난 이후에야 부친 조조가 부귀를 얻었기에 특히 입맛에서만큼은 최고의 감각에 이르는 데는 조비 자신이 한계를 느꼈다는 것입니다. 유년기에 형성되는 입맛과 취향에서 높은 안목을 지니려면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 대에서 입신출세해야 유년기부터 좋은 음식을 접하면서 입맛이 섬세하게 발달된다는 점을 나타냅니다.

■ 유아기의 입맛, 사춘기의 음악, 청년기의 가치관

입맛은 이유식에서 사춘기까지 먹었던 음식에서 결정되고, 음악이나 의복 등 문화적 취향은 사춘기에서 20대 초반까지 유행한 사조에 지배를 받고, 세계관은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접했던 가치관에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감각의 영역별로 초기 입력된 기억과 경험이 기본적인 틀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유아기의 입맛이 평생을 간다는 것을 잘 입증하는 국외 입양아들의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유아기에 외국으로 입양되어 성장한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이 입양된 지역의 현지인과 같다는 점입니다. 음악 취향은 사춘기 때의 기억과 경험이 평생 영향을 끼칩니다.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 유행한 음악이 평생의 취향으로 자리 잡기 때문에 가수는 팬들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 즉 세계관도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 10여 년간 접했던 세계관, 가치관, 시대사조 및 전문분야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먼저 대학시절 전공의 영향이 큽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시험만 치면서 가방만 들고 학교를 왔다 갔다 해도 4년이 지나면 법학전공자는 법률의 창으로, 물리학도는 물질의 창으로 세계를 이해합니다. 젊은 시절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 잡은 세계관과 가치관이 변하려면 실질적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힘으로 벌어먹고 살면서 경험이 생겨나면, 과거 학창시절 자신이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선험적으로 접근했던 부분들을 반추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 사회생활도 초기 경험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로 처음이 중요합니다. 첫 직장의 업종, 분위기 등이 초기 기억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학교에서 똑같이 공부하고 취직했어도, 몇 년 지나면 왠지 모르게 사물을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유년기 입맛처럼 사회생활도 초기 입력값이 기본 바탕을 결정합니다. 비록 능력이 뛰어나도 가치관이 왜곡되어 있는 사람은 조직을 퇴보시키는 ‘썩은 사과’가 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들이 실시하는 신입사원 교육과 오리엔테이션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새내기들이 시장경제의 본질, 기업의 가치와 역할, 조직생활의 기본자세에 대해 처음에 올바른 관점을 가져야 미래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의 올바른 세계관과 합리적 가치관은 조직의 생존과 연관된 기초체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