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포증 이해하기

들어가며

어느 날 우리에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되는 일이 주어진다면, 아마 누군가는 ‘이를 어쩌지?’라는 부담스러운 생각을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할 수만 있다면 거절하고 싶어지기도 할테고, 내 발표에 대해 남이 실망할까 봐 두렵지만 혹시 버벅거리고 있는 걸 들켜서 부끄러워질까 봐 더욱 신경이 곤두서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우리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처럼 대중 앞에서의 발표와 같은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은 상당히 보편적이고 흔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공포증, 혹은 사회불안장애는 이렇게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면밀하게 관찰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에 대해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것을 그 핵심적인 특징으로 하는 질환을 말한다.

최근 몇몇 연예인이 공황장애나 공포증과 같은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와 관련된 검색어가 순위에 오르는 등 세간의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 관심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환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다 공인들의 커밍아웃을 보며 '나만 그러는 게 아니고 저렇게 유쾌하고 성공한 사람들도 불안해하는구나!’라는 안심(?)어린 공감을 통해 자신들의 내밀한 고민들을 비춰보려는 관심이라 생각된다.

실제 사회공포증은 12개월 유병률이 7%(미국 통계)까지 보고되고 있고, 환자의 75%가 8세에서 15세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교적 생애 이른 시기부터 고통 받는 흔한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포증을 가진 개인들의 절반만이 치료를 받으려고 시도하며 그 시도마저 증상을 경험한지 15-20년이 지난 뒤에나 시작한다는 보고에서 나타나듯, 진단이나 치료에 대해서 간과되고 있고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 자체가 불안이란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해나가는 치유의 시작이라고 하겠다.

사회공포증의 원인

사회공포증의 원인 역시 다른 정신과적 질환들에서처럼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심리학적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 행동억제와 같은 기질적인 성향이 강한 것과 더불어 양육 방식이나 환경에서 학습된 높은 사회적 불안도가 더해져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 불안이 심한 부모가 행동억제 소인이 강한 소아들에게 ‘이 세상은 위험한 곳이야’라는 식의 생각을 전함으로써 결국 이 소아들에게 심한 불안을 야기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현재까지 여러 약물치료의 효과와 관련된 연구를 통해 아드레날린의 과활성이나 도파민 활성도 이상, 세로토닌 불균형 등이 생물학적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유전학적 연구는 사회공포증 환자의 1차 가족이 정신과 문제가 없는 사람의 1차 가족 보다 3배 정도 많게 사회공포증을 보인다는 결과도 있다.

또한 어린 시절 잘 대우받지 못했거나 정신사회적 역경을 겪은 것을 사회 공포증의 발병의 주요인 자체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이러한 심리적 경험들이 사회공포증 발생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

사회공포증의 유형 및 증세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거나 그러한 노출이 예상될 때 심한 불안이 발생하며 더 심한 경우 공황발작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공황발작은 주로 처음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유발되는 사회적 상황에 대해 예상 가능해 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중에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시선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특히 남성들 중 공중화장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소변기에서 소변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이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다른 사람 앞에서 뭔가를 하거나 밝은 불빛 아래 머물거나, 사적인 주제에 대해 얘기 나누기를 피하기도 한다. 남에게 손을 떠는 것이 관찰될까 두려운 나머지 사람들 앞에서 마시고, 먹고, 글씨 쓰는 걸 피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적 상황에 대한 회피를 하게 되기 쉬운데, ‘발표 준비를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행동’이나 ‘눈 맞춤을 간혹 피하는’ 정도의 사소한 수준에서, 아예 필요한 모임도 가지 않거나 등교 거부, 직장을 갖지 않는 등의 심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부수적으로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나 어떤 장소에서든 뒤로 물러나 있으려 하는 행동, 대화에서 자신을 거의 노출하지 않거나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지 않은 직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남성의 경우 결혼이 늦어지는 특징을 보이기도 하며, 친목모임에 가기 전에 미리 술을 마시는 식의 자가 처방을 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사회공포증은 다른 종류의 불안장애, 주요우울장애, 물질사용장애(특히, 알코올 의존) 등이 흔하게 동반되기도 한다.

진단 기준

사회공포증(사회불안장애) 진단에 사용되는 DSM-V(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의 주요 핵심 기준은 아래와 같다.

A. 사회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
타인에게 면밀하게 관찰될 수 있는 하나 이상의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한다. 단, 아이들에게서는 성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아이들 집단 내에서 불안해할 때만 진단해야 한다.

Ex) 사회적 관계(예, 대화를 하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 관찰되는 것(예, 음식을 먹거나 마시는 자리), 다른 사람들 앞에서 수행을 하는 것(예, 연설)

B.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방향(수치스럽거나 당황한 것으로 보임, 다른 사람을 거부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보임)으로 행동하거나 불안 증상을 보일까 봐 두려워한다.

C. 증상의 일관성 및 심각도
이러한 사회적 상황이 거의 항상 공포나 불안을 일으키며, 회피하려고 노력하거나 극심한 공포와 불안 속에 견딘다.

D. 공포, 불안, 회피는 전형적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E. 공포, 불안, 회피는 사회적-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이 있으며 물질(예. 남용약물, 치료약물)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다.

사회공포증의 치료 및 극복법

현재까지 사회공포증의 치료는 심리치료(인지행동치료, 지지정신치료 등)와 약물치료의 복합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치료에는 탈감적 요법과 노출 요법 등의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지지정신치료 역시 약물치료와 함께 병합 시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회공포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들에는 (1)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 (2) 벤조디아제핀 (3) 벤라팍신(SNRI) (4) 부스피론 (5) 인데놀(베타 차단제) 등이 있다. 임상적으로 SSRI나 SNRI가 불안장애에서의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이상을 해결하기 위한 주된 치료 약물로 선택 되어진다.

발현된 직접적인 불안 증상과 신체증상들을 완화하기 위해 벤조디아제핀이나 부스피론, 베타차단제 등의 약물들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베타차단제와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약물들은 특히 무대에 오르기 전이나 강연 전에 상비약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즉각적인 증상 완화와 더불어, 자신감을 갖게 도움으로써 기존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는 남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너무 어렵고 완벽한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힘들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완벽하려는 성향을 버리고 좀 더 편해지려 하며, 평가와 비난에 대해서는 나뿐 아니라 남들도 불안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두려움과 맞서보려는 결심을 하는게 필요하다.

나가며

불안이란, 결국 스스로 그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다룰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나면 상대할만한 적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또한 사회적 상황에 대한 자신의 불안이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고 생각된다면, 전문가와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상의하고 평가한 후, 실질적인 방법을 사용해 극복해 나가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