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기기 시작하면, 그래서 스스로 세상을 탐색할 수 있게 되면, 아기의 호기심은 끝없이

증폭된다.

쓰레기통을 넘어뜨리고,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전등 스위치를 켰다 껐다, 옷장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등 방안 구성구석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일상다반사이다. 어디 그뿐인가.

눈에 보이는 물건들은 죄다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소파에 올라가 팔짝팔짝 뛰며 먼지를

날리는가 하면 방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TV 리모컨으로 채널 돌리기까지, 엄마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일쑤다. 이쯤 되면 엄마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온다. 결국 엄마의 입에선 갑자기

위압적인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아이가 듣든 말든 상관없이 잔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때

아기의 반응은? 엄마의 화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하던 장난을 멈추지 않는다. 대체 아기의

속마음은 어떤 걸까?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기의 이런 행동이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혹은

 엄마를 괴롭히는게 재미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엄마들의 생각이 100% 틀린 것은 아니다.

아기들은 분명 재미있고 신이 나서 계속 장난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엄마를 괴롭히는 일이 신이 나서가 아니라 전등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면

왜 주변이 환해지고 어두워지는지, 고무공은 던지면 튀어 오르는데 베개는 왜 튀어 오르지

않는지, 리모컨을 누르면 TV 화면에 자꾸 다른 광경이 펼쳐지는지가 신기하고 궁금하기

때문이다. 궁금해서 자꾸만 만지고, 누르고, 던지고, 빨고 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기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주변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실험이다. 아기는

탐구와 실험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세상을 배워 나가는 어린 과학자들이기 때문이다.

                                     - EBS, '아기성장 보고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