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LB] 좋은 WLB 프로그램의 기획

[출처] Huff Post Living

(http://www.huffingtonpost.ca/2012/09/12/work-and-life-balance-women-challenge-_n_1877346.html)

2014년 정부의 ‘일家양득’ 캠페인에 힘입어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WLB’(Work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지하철 전광판에서도 일과 삶의 행복한 균형에 대한 안내가 흘러나오고,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회 문화도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힘들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방법론적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 내 WLB 프로그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실행해야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 조직문화 담당자는 더욱 힘이 든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혀요.”

“어떤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요. 실현가능한 건지도 모르겠고요.”

“한편으로는 WLB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저에게는 또 다른 ‘짐’이에요.”

내가 현장에서 만나는 담당자들의 자조어린 목소리다.

시기적으로 지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지만

방향을 잡기 어려운데서 나타나는 무력감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WLB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과연 좋은 WLB 프로그램일까?

WLB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서 가장 큰 오해는

그것이 ‘시간 관리’ 차원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한 오해이다.

WLB라고 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시계 그림을 떠올릴 것이다.

9 to 6은 회사에서, 6 to9는 가정에서 지내는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시간의 균형은 WLB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건강과 안전, 일에 대한 몰입과 보람, 자신과 타인의 감정자각 및

수용 능력과 같은 교류의 부분, 스트레스 관리, 주변 인간관계, 영적인 충만,

교육과 자기계발까지 다양한 층위로 구성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WLB 우수 사례들이 시간 관리의 문제를 다룸에 따라

‘시간’의 문제에만 한정적으로 상상하게 만든다.

후기 근대 이후 24시간이라는 틀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간 관리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러한 시간 관리의 부분에만 천착하게 되면 WLB는 더욱 어려워진다.

두 번째 오해는 멋진 설비, 획기적인 기획을 바탕으로

‘멋지고, 화려하고, 참신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오해이다.

나는 WLB 프로그램 설계와 관련된 강의를 다니면서 늘 우스갯소리처럼

WLB의 주적이 ‘(주)Google’과 ’(주)미라이‘ 라고 이야기한다.

이 두 회사는 WLB 프로그램의 선두 그룹처럼 항상 이야기되곤 한다.

멋진 당구장과 오락실이 구비되어 있고 각각 지사마다

’여가‘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Google 이나

선풍기를 돌려서 과장을 뽑는다는 ㈜미라이 사의 사례는 마치 신화처럼 회자된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급진적인 사례는

WLB 프로그램을 막 시작하는 단계의 기업들에게는

WLB 프로그램을 정말 신화처럼 만들어버린다.

자, 이 두 가지 오해에서 우리 한걸음 벗어나보자.

WLB 프로그램은 사실 전에 없던 새롭고 거창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WLB 프로그램은 오히려 작은 것(small Things)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회의시간을 간소화하고 개인의 생애 주기적 전망에 따라

시간설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안하는 것도 WLB 프로그램이지만

야근이 발생하기에 앞서서 왜 야근이 발생하는지 문제를 확인하고

적절하게 업무 분장을 해주는 것,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근무 시간에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시간 관리’ 이 전의 문제들을 보안하는 것 역시 WLB 프로그램이다.

팀원 간의 올바른 소통을 통해서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퇴근 이후의 시간을 보장하여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

연말 칭찬 카드를 통해서 직원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고

원하는 직원들이 모여서 재미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 수 있는 문화적인 배경들을 만들어주는 것 역시 WLB 프로그램이다.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료가 회사에 잘 복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여주고, 가족이 있는 동료의 생애주기를 이해하고

팀원 간 협력을 통해서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계들을 조절해주는 것이 WLB 프로그램이다.

결국 기업 내부의 WLB 프로그램의 초점은

온전히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사무실에서의 여러 요소들을 제거하고,

우리가 약속한 시간 즉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시간에 집중하여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외의 시간에는 일과 분리되어

자신의 생애 주기적 전망 속에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에 맞추어져야 한다.

기인지우(杞人之憂)라 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될 일도 아니 될 것이다.

우리는 WLB라는 큰 이름에 갇혀서 마치 거창한 새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변화가 버라이어티한 변화로 꼭 연결되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WLB의 핵심은 거기에 있지 않다.

오히려 이미 마련한 장치들을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며,

비정상적임에도 마치 우리가 정상인 것처럼 해석해오던 것들을 바로 잡고,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을 쌓는 것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서히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WLB 프로그램을 새롭게 설계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거대해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 내일 눈앞에 성과를 가져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져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이 100도가 되어야 비로소 끓듯이 차근차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 때

비로소 문화는 바뀐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시작이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신입 첫 출근 날을 기억하는가?

직장에 대한 설렘과 일에 대한 끝없는 긍지를 기억하는가?

WLB는 그 즐겁고 설레는 신입의 마음을 간직한 채

지속적으로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일’이 몸에 참 감기고, 일필휘지로 기획서를 써냈던 어느 날을 기억하는가?

개인에게는 자아효능감을 높이고 나아가 기업의 생산성을 고취시키는 그 순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WLB이다.

지속되는 야근으로 부부싸움을 하고그 다음날 일하는 내내

어떻게 집에 가서 화해를 할까 고민하느라

오히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일하는 즐거움을 다시 찾고, 일로 인해 생활의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그것이 조직의 WLB이다.

너무 거창한 계획은 오히려 독이 된다. 오해와 두려움은 진입장벽을 낳는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주 작은 것부터 바뀔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기업문화조성의 핵심이고 프로그램 개발의 시작이다.

당장,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자.

우리 팀 내의 불필요한 회의들은 없는지,

일을 함에 있어서 방해 요소는 없는지,

팀원 간 불소통의 지점은 없는지,

그로 인해서 퇴근 이후의 삶이 괴로운 직원은 없는지.

나의 개인적인 소망은 WLB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날이 오는 것이다.

WLB라고 굳이 명명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행복하게 일과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업문화조성팀이 쓸모없어져서

내가 실업자가 되더라도, 그리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작을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

<출처 :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