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강원도의 기온이 너무 추웠었다.

꽁꽁 언 발을 녹이기 위하여

윗방 아랫목을 따스한 곳, 이불 밑으로 발을 넣으려하면

조선말 조대비의 자손이라는 내 외할머니는 야멸차게

발로 차버렸다.

차가우니 저리치워.

냉정하게 뿌리치는 그 한 마디가 서러워서

나는 밤이 새도록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고

울며 울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영하10도 이하의 강 추위가 계속되면

바깥벽에 묻힌 수도관이 얼어서 동파될까봐

목욕탕과 연이어진 내 방에는 난방을 빵빵하게 틀어놓고서

따스함을 즐긴다.

지난 날의 그런 설음이 있었기에

지금은 더 행복한 것 같다.

누가 발이 차가우니 치우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없으니까

너무 좋다.

찬바람도 고맙다.

그 찬 바람이 행복을 알려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