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산업카운슬러    

작성자    : 김길선 작성일 2019-02-03
제목 유리병에 담은 사랑 조회수 2578
첨부파일  
첨부파일  


“죄송합니다

원장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더 이상 운영이 힘들어

소속된 영아들은 절차를 거처

희망자들에게 입양 되거나

다른 영아원으로 옮겨졌는데

아드님은 절차를 밟고 들어온 게

아니라서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


그 말에 엄마는 노 없는 빈 배가 되어

눈물과 함께 떠내려 가고 말았습니다

잃어버린 애태움이

그리움 되어 달려가다

절망의 눈물을 모두 보여주고선

결국 실신을 하고 맙니다

병원에서 깨어나 걸어 나오던 엄마는

숱한 밤과 별을 건너온

목 끝에 걸린 아픔 때문에

한 걸음도 나아가질 못합니다

나의 가슴에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 같은 아들을 잃어버린 채

묶은 마음 한편으로 접어놓고

오늘은 또

어떤 가슴으로 하루를 안아야 할지

쓸쓸함이

부딪힘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라도

붙잡고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꼿꼿한 밥알이 목 끝에 차올라

물에 만 밥마저 삼킬 수 없었던 엄마는

오늘도 천둥 치고

비 내린 마음을 쓸어내리며

이 전단지 한 장으로 아들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전단지를 돌리다 지친 발걸음으로

들어선 현관 앞에는

잃어버린 그 날부터 그대로 놓아두었던

아들의 신발을 바라보던 엄마

아픔의 시간 안에

혼자 외로이 견뎌내는 슬픔과 원망보다

같이 보낸 시간에 대한 감사와

함께 한 기억은 행복이었다고 말하며

버텨가고 있었습니다.........


세월의 귀퉁이마다

빛 한 톨

머물 곳이 없었던 엄마의 가슴은

밑동이 드러난 망부석이 된 채

돌아설 수 없는

끝자락에 묻어오는 이 아픔을...

죽어서야 잊힐 이 기억을......


오늘도

엄마의 마음을 닮은

텅 빈 하늘만 올려다보며

지난 날을 떠올려 보고 있습니다

“엄마! 열 밤만 있다 꼭 와야 해.. “

그렇게 했던

엄마의 약속은

아들에겐 하얀 거짓말이 된 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리움은 잃어버린

애태움이 되어 찾아갔을 땐

꽃이 지기 전에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전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빈 무덤이 된 가슴으로

세상을 온통 잃어버린 듯

이별하고 멀어진 것들을 붙들고

아들이 머문

채취와 그 흔적이 날아가기라도 할까

조그만

유리병에 흙을 담고 있는 엄마,

밤마다 저 별을 헤아리며

엄마를 찾다 흘린

마른 눈물 한 방울이라도.....

이별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렇게 허망하진 않았을 거라며

엄마는 산처럼

조용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만으로도

절망은 죽순처럼 빨리 자라나 봅니다

엄마는 영아원이 있던 자리에

지나간 하루 또 하루를 더듬어 보다

성한 곳 하나 없는 멍든 가슴을

내려놓고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가슴으로 주어진 이 길을

또 걷고 걸으며

까만 밤에다 흰 칠하고 나타난 아침이

10년 하고도

한 계절이 더 흐른 어느 날,

갑자기 소나비가 퍼붓던 하늘이

사과를 하려는지

무지개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엄마는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꿈을 찾으려는지....


내 마음에 사랑의 씨앗이

이 비를 맞으며 자라고 있어서인지

유리병 속에서 싹이 올라오더니

오늘은 예쁜꽃이 피었습니다

사계절이 내어주는

엄마의 들뜬 얼굴이 얼마만인지

곱게 핀 하늘가에 무지개와 놀고 있는

작은 구름을 살짝 들쳐보더니

저쪽 구름에 숨었는지 찾아다니며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은

공항 대기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던 엄마의 눈길을

사로잡은 한 남자가

손에 피켓을 들고

이리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나의 어머니 (장금순)

이라고 쓴

피켓을 하늘 끝까지 치켜들고서...


꿈에서만 그리던

아들이 저만치서 걸어오더니

엄마의 눈앞에서 멈춰 섭니다

----
---

엄마........

영석아.......

말이 통하지 않는 아들은

25년간 가슴속에 새겨둔 한마디

“엄만 왜 날 버렸냐고... “

이 한마디는

엄마를 만나면 꼭 하고 싶었다며

그 말부터 먼저 나와 버립니다

엄마가 있는 그곳이 나의 하늘이라며

이 세상 말

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한마디

엄마라는 그 말을 뱉어 놓고선.....

그날 너를 만나기 위해

가져 갔던 거라며

크레파스와 아기양말 세 켤레를

아들 손에 쥐어주는 엄마,

너를 만나 꼭 전해줄 수 있는

그날 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렇게 환하게 웃기까지

남은 날들이 눈물이 아니기를

빌고 또 빌어봅니다


엄마와 아들은

귀가를 서두르는 태양이 머문 자리에

빨간 노을이 담아둔

잃어버린 행복을 다시 주워 담으며

파란 하늘이 그려준 길을 따라

다정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 


노자규 글을 내려주세요  
[ 2023-09-30 ]
     이름  :   암호 : 
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