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원장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더 이상 운영이 힘들어
소속된 영아들은 절차를 거처
희망자들에게 입양 되거나
다른 영아원으로 옮겨졌는데
아드님은 절차를 밟고 들어온 게
아니라서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
그 말에 엄마는 노 없는 빈 배가 되어
눈물과 함께 떠내려 가고 말았습니다
잃어버린 애태움이
그리움 되어 달려가다
절망의 눈물을 모두 보여주고선
결국 실신을 하고 맙니다
병원에서 깨어나 걸어 나오던 엄마는
숱한 밤과 별을 건너온
목 끝에 걸린 아픔 때문에
한 걸음도 나아가질 못합니다
나의 가슴에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 같은 아들을 잃어버린 채
묶은 마음 한편으로 접어놓고
오늘은 또
어떤 가슴으로 하루를 안아야 할지
쓸쓸함이
부딪힘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라도
붙잡고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꼿꼿한 밥알이 목 끝에 차올라
물에 만 밥마저 삼킬 수 없었던 엄마는
오늘도 천둥 치고
비 내린 마음을 쓸어내리며
이 전단지 한 장으로 아들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전단지를 돌리다 지친 발걸음으로
들어선 현관 앞에는
잃어버린 그 날부터 그대로 놓아두었던
아들의 신발을 바라보던 엄마
아픔의 시간 안에
혼자 외로이 견뎌내는 슬픔과 원망보다
같이 보낸 시간에 대한 감사와
함께 한 기억은 행복이었다고 말하며
버텨가고 있었습니다.........
세월의 귀퉁이마다
빛 한 톨
머물 곳이 없었던 엄마의 가슴은
밑동이 드러난 망부석이 된 채
돌아설 수 없는
끝자락에 묻어오는 이 아픔을...
죽어서야 잊힐 이 기억을......
오늘도
엄마의 마음을 닮은
텅 빈 하늘만 올려다보며
지난 날을 떠올려 보고 있습니다
“엄마! 열 밤만 있다 꼭 와야 해.. “
그렇게 했던
엄마의 약속은
아들에겐 하얀 거짓말이 된 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리움은 잃어버린
애태움이 되어 찾아갔을 땐
꽃이 지기 전에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전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빈 무덤이 된 가슴으로
세상을 온통 잃어버린 듯
이별하고 멀어진 것들을 붙들고
아들이 머문
채취와 그 흔적이 날아가기라도 할까
조그만
유리병에 흙을 담고 있는 엄마,
밤마다 저 별을 헤아리며
엄마를 찾다 흘린
마른 눈물 한 방울이라도.....
이별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렇게 허망하진 않았을 거라며
엄마는 산처럼
조용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만으로도
절망은 죽순처럼 빨리 자라나 봅니다
엄마는 영아원이 있던 자리에
지나간 하루 또 하루를 더듬어 보다
성한 곳 하나 없는 멍든 가슴을
내려놓고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가슴으로 주어진 이 길을
또 걷고 걸으며
까만 밤에다 흰 칠하고 나타난 아침이
10년 하고도
한 계절이 더 흐른 어느 날,
갑자기 소나비가 퍼붓던 하늘이
사과를 하려는지
무지개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엄마는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꿈을 찾으려는지....
내 마음에 사랑의 씨앗이
이 비를 맞으며 자라고 있어서인지
유리병 속에서 싹이 올라오더니
오늘은 예쁜꽃이 피었습니다
사계절이 내어주는
엄마의 들뜬 얼굴이 얼마만인지
곱게 핀 하늘가에 무지개와 놀고 있는
작은 구름을 살짝 들쳐보더니
저쪽 구름에 숨었는지 찾아다니며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은
공항 대기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던 엄마의 눈길을
사로잡은 한 남자가
손에 피켓을 들고
이리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나의 어머니 (장금순)
이라고 쓴
피켓을 하늘 끝까지 치켜들고서...
꿈에서만 그리던
아들이 저만치서 걸어오더니
엄마의 눈앞에서 멈춰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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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석아.......
말이 통하지 않는 아들은
25년간 가슴속에 새겨둔 한마디
“엄만 왜 날 버렸냐고... “
이 한마디는
엄마를 만나면 꼭 하고 싶었다며
그 말부터 먼저 나와 버립니다
엄마가 있는 그곳이 나의 하늘이라며
이 세상 말
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한마디
엄마라는 그 말을 뱉어 놓고선.....
그날 너를 만나기 위해
가져 갔던 거라며
크레파스와 아기양말 세 켤레를
아들 손에 쥐어주는 엄마,
너를 만나 꼭 전해줄 수 있는
그날 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렇게 환하게 웃기까지
남은 날들이 눈물이 아니기를
빌고 또 빌어봅니다
엄마와 아들은
귀가를 서두르는 태양이 머문 자리에
빨간 노을이 담아둔
잃어버린 행복을 다시 주워 담으며
파란 하늘이 그려준 길을 따라
다정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