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달 전 약속했던 맛난 점심을 강남역에서 했습니다.

맛남 점심을 함께한 이들은 이시대 가장 핫하다는 공무원 수험생활을 2년여 동안 함께 동고동락 했던 동기들입니다.

23~32살 청춘들… 대학4학년부터 동시통역대학 석사졸업생까지.  운좋게 노력한 결실이 2년여만에 이루어져 25~34살에 합격과 임용을 했답니다.  지금은 임용한지 7개월에서 1년이 지나는 시간들 속에서 어떻게 조직 속에서 잘 적응하고 업무는 괜찮은지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합격 이후 함께 축하하고 송년회도 하고 3월엔 34살 노총각 결혼축하도 해주고 해외발령 난 외무영사직 친구 환송식도 하고 오늘은 해양수산부와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7급 친구들과 함께 했습니다.   경기도 북부에 근무하는 친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으로 난리도 아니라네요.  소관부서는 아니지만 돌아가며 특근한다는데 매우 기계적이랍니다.  개인의 피로도는 고려되지 않는다고…

대한민국의 고도성장기를 누린 세대들은 지금 20~30대 젊은이들의 공무원 시험 열풍을 이해하기 쉽지 않지요.  우리가 대학졸업 때는 여건이 되는 똑똑한 친구들은 5급 고시나 대기업 취직, 해외유학 박사를 할까 등등 고도성장기의 넘쳐나는 미래기회 속에 화려한 꿈을 꾸며 노력했지만 지금 젊은이들의 여건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지요.   공정한 5급 사시, 행시, 외시는 다 폐지되거나 유명무실해지고 특수한 계층의 자재들이 선점하고 있고 대기업을 취직해도 언제 새출발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자리로 내몰리고  해외유학 박사를 따고 포스트닥터를 하고 와도 교수자리나 취직자리가 마땅치 않아 프리랜서나 자영업자가 되기 쉽지요.

저도 직장생활 할 만큼하고 사업의 쓴맛을 제대로 보고 나서 10년 남은 정년퇴직 전 기간 미관말직으로 국가 공동체에 봉사해보자는 소박한 꿈을 안고 멋모르고 공시수험생활을 시작했지만 2년여 하면서 이건 아닌데… 파악하고 정리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 치열하게 살다보니 판은 확실히 이해했네요.   작금의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저성장 국면 속에 미래가 불투명 하다보니 실력있고 유능한 젊은 친구들이 가장 공정하고 보다 확실한 미래와 복지가 보장된 공직으로 그것도 마지막 남은 아무 차별 없는 공정등용문인 7,9급으로 몰리는 거랍니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경제침체를 벗어나 고도성장기를 맞이 한다면 모를까 계속 저성장 기조로 간다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 되겠지요.  보통사람들의 마음은 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미래가 보장된 생활을 희구하니까요.   치열한 민간기업에서 일하다 암담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지쳐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의대나 한의대 또는 공무원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대기업 다니다 퇴사해서 의대, 한의대 다시 들어가는 친구들이나 공무원 시험을 합격하는 친구들은 무엇을 해도 거의 성취해내는 인재들입니다.   이미 명문대 공대를 나와 유명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일하다 다시 수능 봐서 의대 가는 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은 9급 국가직 지방직, 7급 국가직, 지방직등 4관왕 5관왕 합격을 다 합니다.

이미 타고난 자질과 노력한 실력이 일정궤도에 올랐다는 거지요.  거기에 공무원에 합격한 친구들은 인성에 있어서도 훌륭합니다.  자기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조직에 잘 어우러 집니다.  제가 학원에 처음 갔을 때 형님,삼촌으로 부르며 먼저 인사하고 다가와 친근하게 함께한 친구들이 재밌게도 다 합격한 그룹이었습니다.   200명이 시작해서 2년여 노력하여 20명이 합격했습니다.   10%의 합격률은 대단한 거지만 강남역이라는 지역의 상징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출신 대학교나 가정형편들이 다들 평균 이상입니다.   물론 그런 친구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가장 합격률이 높은 학원으로 몰리는 것이겠지만요.  

노량진 학원가에 방황하는 20대가 50만명이라 하고 해마다 4월이 되면 숨겨졌던 20대 실업률이 껑충 뜁니다.  그동안 집계되지 않던 공시족 40만명이 시험접수로 노출되는 거지요.  이도저도 아니라면 일단 공무원시험 한번 쳐보는 게 이시대 20대 젊은이들인 것 같네요.

반백년 꺾어지는 시기 운좋게 재충전할 기회를 가져 무식한 공도리에서 유식한 문도리 입문과정을 이수했다고 봅니다.   큰 소득은 회사경영에 대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이론을 행정학을 통해 장만했다는 것과 헌법과 행정법 세법 형사소송법등 민간 사적자치영역에서는 무관심할 공법영역을 접하고  평소 좋아하던 국어, 한국사, 국제정치학등을 체계적으로 다시한번 정리했다는 것이 제게는 큰 소득이었네요.  그것도 정말 값싸게 장만했다는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