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극기

"옛 선비들은 극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치우친 성품을 극복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 말을 깊이 음미하고 언제나 생각이 처음 싹틀 때 혹시 하나라도 편벽된 생각이 있으면 맹렬히 성찰하여 엄중하게 단속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왕에게서 아들이 태어나면 그 아이는 원자라 불려진다. 흔히 임금의 맏아들이 이 칭호를 받는다. 아이가 정식으로 후계자로 지목되면 왕세자로 책봉된다. 그때부터는 제왕학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판단에 의해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는 자리가 왕위이기 때문에 왕의 자질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은 천성적으로 타고난다기보다는 교육되고 관리하는 부분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왕으로서 신하들과 백성들을 통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왕을 신적으로 격상된 존재로 본다면 어마어마한 힘이 태생적으로 주어져서 딱히 배우고 학습할 게 없을지 모르지만 조선처럼 '갈아 치워지는' 존재라면 얘기는 다르다. 왕은 왕으로서 통치철학과 신하들과 백성들을 이끌 리더십을 가져야 하고 주어진 권력을 통제할 능력도 가져야 한다. 이 장에서 다루는 부분은 자기관리 부분이다. 자기관리는 자신의 건강, 시간, 마음을 살피고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순전히 스스로를 자신의 관리하에 둔다는 말이다.

'극기복례'는 자기의 욕심을 누르고 예의범절을 다한다는 말이다. 흔히 '극복'이라 부르는 말이다. 힘든 상황, 어려운 상황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나라의 어려운 일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겠는가? 수많은 백성들의 목숨을 책임질 수 있겠는가?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도 극기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안연이 스승인 공자(孔子)에게 "어떻게 해야 인의(仁義)를 지켰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자기 욕심을 버리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인이다.(克己復禮爲仁.)"라고 말하였다. 정조는 자신의 욕망, 분노를 알고 그것을 극복하려 하였다.

신하를 대할 때나 가까운 사람들을 대할 때 편협한 생각으로 상대를 규정하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상대에게 잘못을 했을 때 그 자리를 모면하려 생각을 이리저리 꿰맞추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는 늘 그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조는 "옛 선비들은 극기(克己)를 극복하기 어려운 치우친 성품을 극복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 말을 깊이 음미하고 언제나 생각이 처음 싹틀 때 혹시 하나라도 편벽된 생각이 있으면 맹렬히 성찰하여 엄중하게 단속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며 그것이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정조의 생활은 규칙적이었다. 늦은 밤에야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낮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늘 책을 가까이 했으며 꾸준히 학습하였다. 더운 여름날 신하들이 시원한 곳으로 옮겨 책을 읽으라고 말했지만 정조는 "지금 좁은 이곳을 버리고 다른 서늘한 곳으로 옮기면 또 거기에서도 참고 견디지 못하고 반드시 다시 더 서늘한 곳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만족할 때가 있겠는가."라며 스스로를 극복할 때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극기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