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독서와 토론

"토론만 중요시해서도 안 되고 독서만 중요시해서도 안 된다. 토론과 독서는 수레의 바퀴나 새의 날개와 같아서 한 가지만 버려도 학문을 할 수 없다."

수레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만약에 한쪽 바퀴가 부서지거나 작다거나 하나뿐일 때는 어떠할까? 다른 경우를 보자. 새는 두 날개로 하늘을 난다. 만약 한쪽 날개에 이상이 생긴다면 그 새는 어떻게 될까? 새는 더 이상 하늘을 날 수 없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벗 삼아 독서에 매진하다 보면 쌓이는 지식은 많지만 그것은 '책상에 책을 쌓아놓는 것'과 같다. 여기에 '토론'을 더하게 되면 책을 통해 보고 들은 것을 '생각'을 통해 체화해나가는 과정을 덧붙일 수 있는 것이다.

정조는 이렇듯 독서와 토론을 병행하여 학문의 깊이를 더해나갔다. 경서를 탐독하여 생각의 체계를 세우고 선인들의 문집을 읽음으로 문학의 기교를 더해나간 것이다.

정조가 말하길 "옛 학자들은 학문을 논하면서 '보고 들은 것이 없고서는 마음이 넓어지는 경우는 없다'고 말하였는데, '보고 들은 것'이라고 한 것은 독서하는 것과 토론하는 것을 말한다. 독서만 중요시해서도 안 되고 토론만 중요시해서도 안 된다. 독서와 토론은 수레의 바퀴나 새의 날개와 같아서 한 가지만 버려도 학문을 할 수 없다." 하였다.

그렇다면 학문에 매진하여 지식을 높여 유식한 것과 덕성을 높이는 것은 어떠한가? 정조는 "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그만두어서는 안 되니, 조금이라도 치우치면 차질이 있게 된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으로 구분해서 말하자면, 강론하는 것은 참으로 아는 것이 아니며, 최종의 경지까지 궁리하여 이르러야 비로소 참으로 아는 것이 되니, 궁리하여 이르러 간 공부가 완전한 경지에 이르면 자연 실천해 갈 수 있다. 대체로 실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그 근본을 따져보면 모두가 참으로 알지 못한 데서 연유한다."고 하였다. 학문에 깊이를 더해 덕을 쌓는 것에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은 중국을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국가였다. 그것은 중국이 대국이기도 했지만 유교라는 국가 이념이 태동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을 사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는 조선 후기에 점점 더 심해져서 귀족들은 중국의 풍속을 집에서 몰래 따라 한다거나 중국에서 유행하던 물건을 구해놓고 즐기는 생활을 하였는데 그에 투자되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학문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서체를 그대로 모방하거나 문장을 따라 하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었다. 물론 박지원과 같은 다양한 글을 쓰는 사람이 나와 그 시대의 문화를 풍요롭게 했지만 그것은 특수한 경우였다. 이에 대해 정조는 철학은 없고 기교만 느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경술(經術)과 문장(文章) 그리고 다른 부분에 있어서 모두 완벽할 수는 없지만 경술만 능하면 관념적으로 되기 쉽고 문장만 능하면 기교만 능하게 되기 쉬우니 병행함이 옳다고 보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독서와 토론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