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학문

"뜻을 확립하는 것이 학문을 하거나 정치를 하는 근본이 된다. 마치 집을 짓는 데 먼저 기초를 쌓는 것과 같아서 기초가 튼튼해야 집이 기울지 않는다."

정조는 학문의 기본은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이라 말했다. 독서를 하더라도 마음을 평안히 할 때 머릿속에 남기 때문이다. 동요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머리에 남겠는가? 곧 기억 속에서 지워져버린다. 도대체 책 한 권을 몇 번 읽어야 외워지냐고 정조와 신하들과의 대화가 있었던 것을 보면 정조의 집중력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정조는 세손 시절부터 방대한 양의 독서를 자랑했다. 늦은 밤 외로움과 두려움을 독서로 이겨낸 정조이기에 경서부터 선현들의 문집에 이르기까지 통달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경연에서 신하들이 정조에게 질문을 하면 서책의 몇 권에 있으니 가져오라고 할 정도였다. 암기능력도 대단하여 구결(口訣)을 줄줄 외울 정도였다.

정조는 학문은 경전을 중심으로 하고 역사책을 먼저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철학을 체계화한 바탕 위에 역사적 인식을 바로 세우고 치법(治法)이나 정책 생산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익혀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정조의 말을 통해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경전류와 자치통감(資治通鑑) 등의 책들이다.

독서하는 습관도 중요하지만 매일매일 공부할 과정을 세워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것을 지켜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하지만 소설류는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은 선비의 나라다. 주자학이라고 명명되는 성리학의 창시자인 주자는 "군자는 학업을 닦는다."라고 공부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이것을 다르게 보면 학업을 게을리 하면 군자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학문을 함에 있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뜻을 세우는 것이라 한다. 뜻이 확고부동하면 동요시키고 바꾸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이라 공부가 언제나 중단되는 문제가 있는 것은 오로지 뜻이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 하였다.

주자는 "학문은 넓게 배우는 데서 간략한 쪽으로 돌아가야 하고, 정치는 간략한 데서 넓은 쪽으로 이르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학문을 폭넓게 알고 깊게 파악하라는 말이다.

학문은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따라 진도도 다르고 그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도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 보는 꽃과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보는 꽃은 같을지라도 다르게 느껴진다. 이처럼 학문을 할 때는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대해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학문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