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심리학 (health psychology)

누구나 한 번쯤은 병원에서 답답함이나 무안함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의사의 고압적인 태도 때문일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의 질병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료진 때문일 수도 있다. 건강심리학은 이처럼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환자가 질병을 빨리 극복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생긴 심리학의 하위 분야다.심리학에서 건강이라는 말은 매우 자연스럽게 정신건강과 연결된다. 하지만 건강심리학에서 말하는 건강은 정신보다는 신체에 가깝다. 건강심리학은 1980년경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에 건강심리학회가 창립되었다.건강심리학이 출현하게 된 배경은 건강과 질병에 대한 기존 의학 모델의 한계 때문이다. 질병의 발생에는 단지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질병에 대한 환자의 불안이나 태도는 심리적 요인이고, 가족의 지원이나 지역의 정신건강 시설은 사회적 요인이다. 따라서 건강심리학은 질병에 접근할 때 이 모든 요인들을 고려하는 생물심리사회적 모델(biopsychosocial model)을 지향한다.

보통 기존의 의학적 접근은 건강보다는 질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건강의 유지와 증진보다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건강심리학은 건강의 유지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을 연구한다. 물론 건강심리학도 질병의 치료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만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보이는 행동인 질병 행동(illness behavior)과 이를 개선시키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예를 들어 암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두려움에 사로 잡힐 수도 있다. 항암치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임할 수도 있고, 항암치료가 가져올 고통과 탈모 같은 부작용 때문에 회피할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의사가 아무리 치료를 잘 하려고 해도 환자가 협조해주지 않으면 치료는 힘들어진다.

건강심리학자는 환자가 질병을 잘 극복하도록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해 환자의 두려움을 공감해주고 올바른 태도를 가지도록 도와준다. 또한 행동주의의 원리를 의학 분야에 적용한 행동 의학을 사용해 환자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증가시키고, 건강을 해치는 행동은 감소시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