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은 종착점이 아니라 인생을 복합적으로 살기 위한 출발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정년퇴직이 인생의 종착점으로 여겼다. 연금으로 이따금 여행을 하며 여유롭게 지내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2013년 시행된 ‘개정 고령자 고용 안전법’에 따라 정년인 60세부터 65세까지의 고용이 의무화되자 노동자의 의식도 달라졌다. 2005년 베이비 붐 세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년 후를 ‘제2의 인생’을 여기는 사람(32.4%)보다 ‘새로운 출발’로 받아들이는 사람(45.5%) 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0세의 평균 여명(餘命)은 남성이 약 23년, 여성이 28년이었다 (2014년 후생노동성). 즉 남성은 60세에 정년퇴직을 한 후에도 평균 23년을 더 살고 여성은 28년을 더 산다는 것이다.

그저 쉬면서 지내기에는 너무 길고 아까운 세월이었다. 70세 전후 까지는 신체적으로나 지적(知的)으로나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능력이 충분한데도 나이가 많다고 강제퇴직 시키는 것을 ‘연령 차별’로 간주하며 정년제도 자체를 없앤 지 오래 됐다. 그러나 일본은 세대 간의 일자리 경쟁 문제나 연공서열에 기초한 사고방식,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는 문화 때문에 미국처럼 정년 제도가 폐지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개인수준에서는 예전 같은 정년 개념이 이미 사라졌으므로 이제 정년은 인생의 한 단락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정년을 학교 졸업과 똑 같은 인생의 단락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새로 출발하여 

복합적인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해야만 100세 시대 인생을 성공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일본 사토 신이찌 교수의 2020.1월 초판 [나이든 나와 살아가는 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