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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용규 작성일 2021-08-22
제목 창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 윤동주 시인 친구들의 절규 조회수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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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 동주·몽규 두 영()을 부른다 - 유 영 (柳玲)

< 1947. 2. 16. 윤동주 시인 기일에 그의 친구들이 부르짖은 시>

 

동주야 몽규야

..........

차디찬 하숙방에

한 술 밥을 노느며

시와 조선과 인민을 말하던

시와 조선과 인민과 죽음을 같이하려던

네 벗들이

여기 와 기다린 지 오래다.

 

창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동주야 몽규야

너를 쫓아 바람곧이 만주에 낳게 하고

너로 하여금 그늘 밑에, 숨어 시를 쓰게 하고

너를 잡어 이역 옥창(獄窓)에 눕게 한

너와 나와 이를 갈던 악마 또한 물러가

게다 소리 하까마 칼자루에 빠가고라 소리마저 사라졌다.

................

 

나는 믿지 않는다 믿지 못한다

네 없음을 말해야 할 이 자리란

금시 너희는 원앙새 모양 발을 맞추어

항시 잊지 않던 미소를 들고

너는 우리 자리에 손을 내밀 것이다.

 

창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그리고 소리쳐 대답하라.

 

모진 바람에도 거세지 않은 네 용정 사투리와

고요한 봄물결과 같이

또 오월 하늘 비단을 찢는 꾀꼬리 소리와 같이

어여쁘던 네 노래를 기다린 지 이미 삼 년.

시원하게 원수도 못 갚은 채 새 원수에 쫓기는

울 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네 벗들이

다시금 외쳐 네 이름 부르노니

 

아는가 모르는가

동주야! 몽규야!”

 

                                                                (1947. 2. 16.)

 


 


이유진 아 눈물나는 우정의 힘이 느껴집니다.
윤동주의 시는 언제 읽어도 마음을 움직입니다.  
[ 2021-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