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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병준 작성일 2010-11-25
제목 시 한편 더 감상..., 조회수 2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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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침묵<br><br>수피아<br><br>물은 돌의 입을 빌려 말한다<br>먼저 흐르던 물이 돌, 외치면<br>뒤에 따라가던 물도 돌, 하며 흘러간다<br>물이 물을 만나면 말이 많아지고,<br>차곡차곡 쌓인 돌로 가슴은 무거워지고,<br>말과 말은 한데 뭉쳐서 힘없는 누군가에게 날 선 칼이 된다<br>돌돌, 돌돌 수군거리는 떼거리가 된다<br>보이지 않은 칼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와서는<br>계곡의 옆구리를 깎고 할퀴고 물어뜯는다 <br>급하게 휘돌아 나가는, 위태로운 삶의 급경사에 이르면<br>상처 많은 계곡의 거친 물소리가 들린다<br>물은 커지는 말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br>사나워진 말의 물살을 가라앉히기 위해,<br>때로는 낭떠러지 앞에서 한 마리의 용처럼 포효한다<br>높은 곳에서 시원하게 몸을 던지며<br>말을 떨쳐내는 폭포수의 용기는 장엄하다<br>비워진 자신을 이끌고 떨어진 물은 강으로 간다<br>소한(小寒)에 강둑을 걸어보면 <br>열반(涅槃)에 든 침묵하는 언 물을 보게 된다<br><br>^^ 잠시 쉬어감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