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HOME     커뮤니티     자유게시판

작성자 황용운회장 작성일 2012-05-31
제목 <시 창작 >가을 노래 조회수 2770
첨부파일  

가을이 와서 <br>노랗게 물들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br>벽장에 노란 삼베 수의를 모셔두고<br>가끔씩 들여다보는<br>어머니의 수줍은 웃음처럼<br>그것이 두려움인지 설렘인지<br>쓸쓸함인지 흐뭇함인지 알 수 없지만<br>가을이 와서<br>노랗게 물들 수 있다는 건 찬란한 일입니다.<br>얼굴만 한번 보고<br>시집갈 날을 기다리는 새색시가 신랑의 얼굴을 그리고 또 그려보며<br>세 삶을 익히듯<br>어머니는 <br>옛 추억을 맞춤법 틀리는 글씨로 적어<br>삼베 수의 밑에 묻어두기도 하다가<br>죽음이 신랑처럼 그리워지는 듯도 하는 저녁<br>노란 삼베 수의를 펼쳐<br>신부의 예복처럼 몸에 대어보기도 합니다. <br>가을이 와서 노랗게 물들다는 건 <br>물들지도 못하고 비명처럼 떨어져 구르다<br>찾아와 누운 나에게 <br>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느냐는 준엄한 꾸짖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