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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구 작성일 2018-04-22
제목 불량품 잣대를 가슴에 품고... 조회수 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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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물량품 잣대로 세상을 시비분별하고 있습니다^^

메마른 대지에 단비가 내리는 주일 오후, 자연스러운 순리의 삶을 생각해 봅니다. 

 

 

'자로 잰듯 살지 않아도 괜찮아'

 

자를 대고' 반듯한 선을 그어야 한다. 회사 일도, 공장에서 만들어낸 물건도 모두 '자로 잰 듯', 규격에 맞아야 한다. 고급 식당인 파인다이닝에 가도 식기 간격이 모두 같다. 자의 역할이 긋고, 재는 것에만 있을까. 자로 손바닥이나 손등을 때리는 교사들에게 자는 '사랑의 매'. 자는 규범, 획일, 규율의 도구다.

 

 김승주의‘온 더 라인’(201×114×215㎝).

(201×114×215). 구불구불한 철제 자로, 자의 본래 기능을 상실했다. /리안갤러리)

 

온 더 라인'에 나온 작품은 철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자의 높이가 사람 키보다도 훨씬 커서 거인이나 쓸 법하게 생겼다. 직선이 아니라 뒤틀린 곡선의 모양이다. 리듬체조 선수가 리본을 휘두르듯, 큰 붓을 허공에 대고 휙휙 그은 듯 생동감 넘친다. 자 주제에 숫자도 없고 눈금만 있다. 눈금은 장식이다. 이 자를 대고 선을 긋거나 길이를 잴 수 없고, 매로는 더더욱 쓰지 못한다. 자의 기능을 몽땅 상실해 우리를 재단하거나 규율할 수 없다. 금속의 차가움, 크기에서 오는 두려움보다는 통쾌함이 먼저 느껴지는 이유다.

출처 : 조선일보 한희원 기자의 한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