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는 생활비가 적게 들겠죠? 아이들도 그때쯤이면 독립을 했을 테니 우리 부부가 생활할 정도의 돈만 있으며 될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한 달에 한 200만원 정도면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은퇴 후 지출, 생각보다 많다

"애들도 다 컸겠다, 이젠 크게 돈 나갈 일도 없을 거야. 그러니 내가 은퇴한 후에는 우리끼리 여행이나 다니면서 편하게 살아봅시다."

은퇴 전후에 있는 부부 중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참 많다. 말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막상 은퇴를 한 사람이 여행이나 다니면서 편하게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 그럴까? 은퇴 후에도 생각보다 지출이 많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은퇴 시점에는 자녀들이 독립하고 난 뒤라 생활비 지출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 말이 틀리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퇴 직후의 생활비 수준은 은퇴 직전의 70%로 계산하면 충분했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이와는 상반된 형태를 보인다.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자녀들의 독립시기가 늦춰지는 반면 은퇴시기는 과거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독립으로 생활비가 줄어든다고 해도 지출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교육비, 자녀용돈 등의 지출이 줄어드는 반면, 여가비, 의료비, 건강관리비 등의 지출이 늘어난다.

은퇴 후에는 일을 하지 않아 그만큼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진다.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면 취미 및 여가활동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암 등 목돈이 들어가는 질병의 위협이 많아지고, 사소한 병이라도 젊었을 때보다는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의료비 또한 증가한다. 이러한 질병이나 사고 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관리에 그만큼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건강관리비 역시 늘어나게 된다. 은퇴를 빨리 해서 수입은 사라졌는데 노부모가 살아계신다면 노부모의 생활비 및 의료비, 건강관리비에 대한 지출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은퇴 후에도 지출은 우리 생각만큼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노후자금을 준비할 때에는 지금보다 지출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버리는 것이 좋다.

돈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천원만 있어도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던 시절이 있다. 아이들 군것질거리인 하드는 50원, 버스요금은 100원, 직장인들의 점심 밥값이 천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5천원 이하의 돈으로는 식당에 들어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1990년 중반만 해도 자장면 값이 2천원이 안 되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보다 2배나 오른 상태다. 자연히 물가상승으로 인한 돈의 가치는 그만큼 하락했다.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물가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매해 적어도 3% 이상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은퇴 이후를 위한 재무설계를 할 때에도 물가상승으로 인한 화폐가치의 하락 위험, 즉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먼저 노후에 현재 200만원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물가상승이 이루어진 은퇴 후에는 과연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했을 경우, 은퇴시점인 10년 후 현재 200만원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려면 약 269만원이 필요하다. 20년 후에는 약 361만원, 30년 후에는 약 486만원이 있어야 지금 200만원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즉, 물가상승으로 인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노후자금의 액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감안한 자금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또 있다. 물가상승이 계속될수록 투자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끝없이 추락하는 은행의 예금이자를 들 수 있다. 과거 예금이자가 7%였을 때에는 1억원을 예치하면 1년 후 700만원의 투자이익이 발생했지만, 예금이자가 많아야 4% 정도인 현재는 같은 1억원을 예치해도 얻을 수 있는 투자이익이 고작 400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재의 투자이익인 400만원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298만원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다. 즉, 과거에 비해 투자이익도 줄고, 돈의 가치도 떨어져 현재 1억원으로 얻은 투자이익은 실투자이익보다도 훨씬 적다는 의미다.

비단 투자이익뿐만이 아니다. 원금으로 묶여 있는 1억원의 돈도 물가상승이 계속될수록 그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1억원의 돈이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실제 가치로는 과거의 7,441만원에도 못 미친다. 실질적으로는 원금을 손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노후자금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앞으로 계속될 물가상승을 염두에 둔다면 더 많은 돈을 모으고, 더 높은 투자이익을 내야 노후를 보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재무설계가 절실하다. 구체적인 목표에 따른 재무설계 없이는 투자이익을 기대하기도, 계획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도 점점 쉽지 않을 것이다.

수익률, 이자소득세, 물가상승률에 따른 실제 투자수익의 변화

일반 사람들은 투자상품을 선택할 때 수익률만 보고 선택한다. 그러나 투자기간이 끝나고 투자액을 회수할 때 이자소득세에 따라 실제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투자를 할 때에는 수익률과 함께 이자소득세도 따져보아야 한다. 즉 세후 수익률이 실제 투자수익률이라는 말이다.

단순 수익률만 본다면 5%의 수익률 상품이 좋아 보이지만 세후 수익률을 반영하면 4%의 상품이 더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