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20대 미혼모가 자신의 5살 난 딸을 쓰레기 더미 속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들을 강제적으로 입원시키거나 치료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동 방치를 막기 위해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산 사상경찰서, 사상구청, 아동안전보호센터는 지난달 28일 사상구 A(25·여) 씨의 집에 강제로 들어가 쓰레기 더미 속에 있던 B(5) 양을 구출했다. 

B 양은 먹다 남은 음식물, 장난감, 각종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방치되고 있었다. 다행히 A 씨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받은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지난 3월 이후 사회복지사들의 출입을 막았다는 사회복지사들의 진술에 따라 5개월 이상 B 양이 더러운 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B 양은 발육 상태도 또래에 비해 늦고 언어구사능력도 3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구청의 도움을 받아 방을 청소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100L짜리 쓰레기봉투 10개가 가득 찼다. 구청에서 간이 우울증 테스트를 진행해 우울증 증세가 있다는 진단도 받았다. 하지만 A 씨는 정신병력도 없는데다 본인이 치료를 강력하게 거부해 입원이 불가능했고 지속적인 관리만이 이뤄졌다.

경찰은 3월 이후 A 씨의 조현병(정신분열증) 증세가 심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이 수시로 방문해 A 씨를 설득했지만 A 씨는 "내가 옛날 전쟁 때 인질로 잡혀갔다"고 하며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A 씨를 체포해 병원으로 후송하고 B 양을 구출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정신보건법에서 정신장애인들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강제 입원 등을 막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교류가 있어야 부모의 정신질환으로 인한 아동 방치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관리를 받고 있었지만 정신병력이 없었고, 복지사들이 정신병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만큼 행정기관은 A 씨의 조현병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동서대 임혁(사회복지학) 교수는 "행정기관에서 복지가 필요한 주민들의 사례관리를 하지만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이웃들은 행정기관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이들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행정기관에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