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선생님. 고민 있어요.

나이가 어리다고 고민의 강도가 약하진 않아요. 아홉 살짜리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열일곱 살짜리 청소년은 청소년대로, 나이만큼의 무게 있는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죠.

길벗 어린이에서 낸 <아들러 선생님 고민 있어요.>는 이처럼 아이들의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 · 외모 · 정체성 등 일상에서 겪는 고민을 서른여덟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들러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고민에 어울리는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일본의 작자 가시미 이치로가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의 심리학을 대화체로 풀어서 쓴 책 <미움 받을 용기>를 통해 널리 알려졌어요. 여기엔 ‘남들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마라. 미움 받을 용기가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며 그걸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며 응원하죠.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지치고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답니다.

머리도 좋고 운동도 잘하면서 활발하여 인기가 많은 친구가 있어요.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같이 있으면 불편하거든요. 나에게 나쁘게 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들러 선생님의 생각을 말해 주세요.

이때 아들러 선생님이 말씀하죠. 억지로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색하면서도 불편한 사람이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니까요. 친구가 열 명 있다면 한 명쯤은 어색하면서도 불편할 수 있어요. 아마도 마음을 탁 터놓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두 명쯤이나 될까요? 그 외의 일곱 명은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사이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어요. 이걸 “상성의 법칙”이라고 해요. 어색하면서도 불편한 사람에게는 어색하면서 불편한 채로 지내도 괜찮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급식이나 청소당번을 함께 해야 한다면? 그럴 때는 이렇게 말을 걸어 봐요. “이거 무겁지? 내가 들어줄게” 또는 “같이 청소하자”하고요.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함께 땀을 흘리면 점점 친구라는 생각이 싹틀 겁니다. 그러는 사이에 상대방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얘기도 나눌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러다 상대의 좋은 점을 발견하면 친해질지도 모르고요.

좋아하는 감정이나 불편하면서도 싫은 감정을 말이나 태도로 상대에게 표현하면 상대도 그 감정을 받아 캐치볼처럼 돌려줘요. 이걸 “거울의 법칙”이라고 해요. 만약 “싫어해” “같이 있으면 불편해”라는 말이 귓가에 날아들면 듣고도 못들은 척을 하거나 흘려 넘기세요. 공이나 말은 상대에게 던지지 않으면 결코 돌아오진 않는답니다. 중요한 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보는 거예요. 친구가 많은 아이가 부럽다면 내가 힘들 때나 슬플 때 내 곁에 있어 줄 친구는 누구이고 그 친구는 또 어떤지를 생각해 보면서 사귀어 보세요.

출처 : 조선일보 2018년 10월25일자 A33 면(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