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50세에 은퇴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군요, 어떤 회사는 40대 후반만 되어도 은퇴하라고 눈치를 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은퇴를 빨리하면 과연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을까요?

꿈꾸는 은퇴 VS 현실의 은퇴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모두 어렸을 적에 한 번쯤 읽어봤을 법한 동화다. 이 동화를 읽은 소녀들은 백마 탄 왕자님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녀는 여자가 되고 세상 어디에도 백마 탄 왕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런 말들을 한다. "남자? 다 거기서 거기야." 이처럼 꿈과 현실은 하늘과 땅 차이다. 현실은 꿈보다 훨씬 냉혹하다. 그 냉혹함을 알게 되는 것이 냉정한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경험이 힘든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은퇴 후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기왕이면 경제적으로 부유한 노후를 살고 싶고, 마음 같아서는 젊어서 가보지 못한 나라를 두루두루 여행하고도 싶다. 그동안 마음만 있었지 해보지 못한 취미생활은 또 얼마나 많은가. 전원주택을 마련해 노후를 자연과 함께 보내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꿈과는 너무도 다르다. 은퇴하는 것도 은퇴 후의 삶도 녹록지 않다. 어느 대기업에서 직원을 상대로 '언제 은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응답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서 일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은퇴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조사의 경우, '은퇴 후 한 달에 얼마의 생활자금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200만~300만원이라고 대답했다. 3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사람도 14.2%나 됐다. '누구와 함께 은퇴를 맞이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도 의미 있다. 국토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2명은 자녀와 따로 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65세 미만의 장년층은 노인이 됐을 때 자녀와 따로 살고 싶다고 한 응답자가 82%에 달했다. 이에 따라 관련 연구원은 향후 자녀와 같이 살지 않는 노인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추측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설문조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은 되도록 경제활동을 오래하고, 은퇴 후에는 자녀들과 따로 살면서 월간 200만원 이상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희망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은퇴시기를 살펴보자. 현재 직장인들의 예상 정년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취업 및 인사 포털사이트인 인크루트와 엠브레인이 직장인 1,075명을 대상으로 '현재 직장에서의 예상 정년'을 조사한 결과, 평균 43.9세를 예상 정년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퇴 직전까지 일을 하고 싶은데 40대 초반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년을 한 후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하지만 나이 때문에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자연스레 자영업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적정 수준의 3~4배나 된다. 때문에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 중 80%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 흑자를 내는 곳은 겨우 5%에 불과하다. 정년 후 일을 해도 원하는 만큼의 소득을 얻기 힘들다는 의미다.

은퇴 후 희망하는 소비 금액은 또 어떤가. 앞에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200만~300만원 이상의 생활비를 원한다. 현실적으로 이 금액을 지출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은퇴초기 자산이 5억 5천만~8억 2천만원 정도 되어야 한다. 은퇴설계 없이는 장만하기 쉽지 않은 거액이다.

우리나라 은퇴준비의 현주소

그렇다면 한국인은 자신이 원하는 은퇴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800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자산을 조사한 결과 순자산이 3억원도 안 된다는 통계수치가 나왔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부동산과 금융자산(부채 포함)을 합친 보유자산이 3억원 미만인 경우가 50.9%로 절반을 넘었다.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20.1%, 5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은 23.8%에 그쳤다.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안을 느끼고 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5.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결국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는 원하는 노후를 보내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소리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은퇴준비 상황은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국가별 은퇴준비의 현황을 파악하는 기준은 바로 소득대체율이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의 평균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만큼 연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을 통해 은퇴 후 현재 소득의 몇 %를 연금으로 받아 은퇴 후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평균소득층의 소득대체율이 큰 나라는 아이슬란드(90.2%), 네덜란드(88.3%), 룩셈부르크(88.1%) 등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대체율은 42.1%로 일본(33.9%), 멕시코(36.1%)와 함께 OECD 평균 소득대체율인 59.0% 보다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연금액이 매우 낮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노후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는 월 소득의 9%를 연금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다. OECD 가입국가의 평균인 21.0%와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선진국은 월 소득의 30~40%를 연금보험료로 납입함으로써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고 있다. 이것만 보아도 우리나라 국민이 노후준비를 위해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먼지 짐작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대한민국, 은퇴 잘하고 있습니까? (계획하는 삶이 아름답다, 2010. 12., 고득성, 송양민, 전기보, 정종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