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법률가, 증권거래인 등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힘을 발휘하겠지만,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 등 감성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술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악기 회사 야마하는 2014년 가사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음악을 작곡해주는 프로그램 ‘보컬로듀서(Vocal-roducer)’를 공개했다.

사용자는 작곡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된다. 가사와 곡 분위기만 입력하면 새로운 노래 한 곡이 완성되는 데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 소니의 컴퓨터과학연구소(CSL)는 최근 자사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플로머신(Flow Machine)’으로 작곡한 팝송 2곡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플로머신은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곡의 악보 1만3000여 장을 분석한 다음 ‘아빠의 차(Daddy’s Car)’와 ‘미스터 섀도의 노래(The Ballad of Mr Shadow)’라는 두 개의 곡을 작곡했다.

물론 작사와 제작, 편곡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작곡한 팝송 두 곡을 들은 네티즌의 반응은 극찬과 혐오 사이에서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중앙일보 2016년 9월 27일 기사 <작곡까지 넘보는 AI…비틀즈와 재즈 스타일 곡 지어>].

KBS의 <명견만리> 프로그램에서는 음악뿐만 아니라 소설, 스포츠,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의 활약상을 소개되기도 했다.

우선 소설로는 2008년 러시아에서 인공지능이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트루 러브(True Love)>라는 소설이 소개되었다.

이 소설 쓰기 프로그램은 창작하는 데 필요한 17가지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전산규칙에 따라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도록 되어 있는데, 단 사흘 만에 320쪽 분량의 소설을 써냈다.

스포츠 분야의 예로는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독립 리그 야구 경기장에는 인공지능 심판을 소개했다.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투수가 던진 공의 이동경로, 속도 등을 측정하면 ‘피치 에프엑스(Pitch F/X)’라는 프로그램이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독한다.

또한 인공지능 요리사로 IBM이 미국의 요리 잡지 <본 아페띠(Bon Appetit)>와 제휴하여 만든 셰프 왓슨이 소개되었다.

셰프 왓슨은 1만여 가지 요리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조리법을 제시한다.

셰프 왓슨은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여 최상의 맛과 영양을 찾아내는데, 재료 손질부터 조리 방법, 소스의 비율까지 요리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셰프 왓슨은 냉장고에 남은 재료만으로 할 수 있는 조리법을 가르쳐주고, 채식주의자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요리를 즐기기 어려운 사람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조리법을 찾아준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단순작업 뿐만 아니라 전문직도 대체하겠지만, 대체하는 내용면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인공지능이 용접, 계산 등 단순작업을 대체할 경우에는 그 작업 전체를 대체하면서 일자리 전체가 사라진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전문직을 대체하는 경우에는 전체 작업 중 일부만 대체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부 영역은 남아있게 된다.

물론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전문직의 경우에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겠지만,

그날이 그리 빠른 시일 안에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진료와 처방, 수술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하겠지만,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환자에 대한 상담 등 치료행위는 당분간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먼 미래에는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이 일상생활 속에서 수집하는 사람의 생체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유무를 진단하고

처방과 치료를 직접 조언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당분간은 인간의 역할이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김송호, "인공지능 공존 패러다임" (2019, 물병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