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개발되던 초기에는 주로 인간 능력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기능이 주를 이루었지만,

점차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전이 되면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밀려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즉 인공지능 개발 초기에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논리적인 결과를 빨리 내놓아 인간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심해 잠수나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인간의 일자리 영역을 넓히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식의 매매 시기를 결정하거나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시행하기도 하고,

법률 검토를 빠르게 수행하는 등 인간의 전문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도 인공지능이 활동 영역을 넓힘으로써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는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그래도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그나마 일자리가 덜 줄어들게 만들 것이냐 하는 방향이다.

물론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산업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서 결국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났듯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뒷부분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하지만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류의 오랜 소망인 장수의 꿈이 실현된 결과로 고령화 문제가 나타났듯이, 인간이 일을 덜하면서도 필요한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공지능이 문제라는 인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개념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인지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어느 주장이 옳은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인공지능 시대에 일자리가 늘어나든 줄어들든 일자리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점이다.

수렵채집사회, 농경사회, 산업사회에서의 일자리 패러다임이 다르듯이 인공지능 시대의 패러다임도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일자리에 대한 개념은 주로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으로 일자리 문제를 바라본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문제는 풀 수가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도록 일자리 패러다임을 이해한 다음에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교육 시스템, 법률 등 사회 제도들도 모두 산업사회, 특히 자본주의 시스템에 맞도록 만들어져 있다.

산업사회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을 인공지능 시대에 맞도록 고치지 않고 인공지능 시대를 맞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출처: 김송호, "인공지능 공존 패러다임" (2019, 물병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