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덕치

"덕을 백성들에게 베푸는 것은 하늘이 만물에 비와 이슬을 내리는 것과 같아 적셔주어도 공을 알지 못하며, 자라게 하여도 자취를 보지 못한다. 이것이 백성들이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노래한 방훈의 하늘을 본받은 큰 덕이다."

덕(德)이란 도덕적인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공정하고 이해심 있는 행동들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은 도덕적인 이상국가를 표방하는 사회였고 역대 국왕은 덕으로 통치하고자 했으며 정조도 마찬가지다.

정조는 "의리가 바로 선 뒤에야 조정이 존중받고, 조정이 존중받은 뒤에야 사방이 복종하고, 사방이 복종한 뒤에야 통치의 도가 행해지는 법이다. 오늘날 조정의 사람들은 한결같은 뜻이 없고 일은 정해진 규례가 없다. 지위가 높으나 낮으나 모두 분주히 어지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리가 바로 서고 조정이 존중받은 적은 아직 없었다. 나는 생각이 이에 미칠 때마다 동이 트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조정이 눈치만 보며 중심을 잡지 못함을 훈계하였다.

덕을 백성에게 베푸는 것은 덕치의 시작이다. 백성의 생활을 먼저 보살피고 법률과 제도로써 백성을 먼저 생각하며 관리자로 하여금 핍박함이 없도록 만드는 것을 덕치라 정의할 수 있다. 덕으로써 다스리는 나라의 임금은 "사리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그러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덕치라 불렀다. 덕치의 중심에는 통치자인 왕의 '바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늘을 본받고 조상과 백성을 섬기는 것이 덕치다. 정조의 정치는 백성들의 칭송을 듣고 백성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아니라 백성이 정치는 우리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논란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다르게 보면 과시하고자 하지 않는 정조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임금의 문집을 엮으면서 신하가 화성(華城)의 축성 공사를 하며 만든 인중기와 치원거를 그림과 설명으로 남겨 후대에 전하고자 했으나 정조는 "아쉬운 대로 힘을 덜기 위한 자료로 편리하게 사용하는 도구를 우연히 만들기는 하였으나, 공예(工藝)의 말단에 불과한 것이니 싣지 말라." 하였다. 정조는 그것이 생활을 풍요롭게는 하지만 실생활에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아 굳이 남기려 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에서는 중화절(中和節)에 조정에서 신하들에게 자를 나누어준 일이 서적에 실려 있으므로 정조는 "고인들이 물건을 이처럼 귀하게 여겼음을 생각하라." 하고 약간의 자를 만들어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이것을 '중화척'이라 한다. 중화척은 농업에 힘쓰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 중화척을 받은 신하는 오언 율시를 지어 화답하도록 하였으니 조심하고 경계하는 마음을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덕치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