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관리

"소통의 정치를 어찌 폐할 수 있겠는가. 옛말에 이르기를, '성인이 다스리는 세상에는 버려지는 물건이 없다'고 하였다. 하물며 허물이 없는데 막힘을 당하고 작은 실수인데도 영원히 벼슬길을 막아서야 되겠는가."

조선의 사대부 중 과거를 통해 출사한 사람들을 관리라 한다. 조선시대 사대부는 지조가 있고 청렴결백한 자세를 가져야 했다. 그래야 사대부였다. 흉년과 가뭄에 백성을 구휼할 때에도 스스로를 낮추어 앞장설 때만이 부유한 자들이 따르고 그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일득록』에 전하는 말이다. "삼영(三營)에 잉미(剩米)를 둔 것은 충성스럽고 미더운 신하에게 많은 녹봉을 준다는 의미이다. 조정의 신하 중에 깎아내기를 청한 자가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녹봉이 후하면 청렴은 자연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녹봉은 후하게 주지 않으면서 청렴을 요구한다면 중인(中人) 이하의 일이 아니겠는가?" 이 말은 일리가 있다. 관리가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는다면 그는 백성들의 수탈에 눈을 돌릴 수 있다. 임금의 하늘은 백성이고 백성의 하늘은 먹을 것이라고 하니 신하에게도 그 먹을 것은 기본적인 욕구이다. 청렴의 요구는 그 다음이다.

백성들에게 정치란 수령이 누가 파견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백성을 사랑하지 않고 당론에 따라서만 행동하거나 백성들에게서 수탈하는 것에만 골몰하는 자가 수령이라면 백성들이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그것은 백성을 구덩이에 밀어넣는 것과 같다 하겠다. 모름지기 어질고 청렴한 수령을 파견하면 백성과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백성은 편안해지는 것이다.

수령은 명예를 추구하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인정에 매몰되는 정치를 한다면 선치를 하는 것이되 선치가 아니니 백성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정조는 고을의 수령과 감사의 역할이 가장 직접적인 통치의 형태였기에 자주 어사를 파견하여 그들을 감시하고 백성들의 불만을 수집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수령이 멋대로 전횡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대표적인 어사로 경종과 영조시대의 박문수가 유명하다. 그는 공정하고 청렴하여 야사에서는 전설적인 이름이 되었다.

관리가 된다는 것은 백성을 보살피고 아낀다는 약속을 하는 것과 같으니 청렴함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득록』에서 "사람들은 모두 청렴한 관직과 중요한 임무는 원하지 않고 감당하지도 못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일단은 눈에 들어 관직을 받고 그것을 얻고 나서는 전전긍긍하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관리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정조는 이것을 비유하여 "겨자장(芥醬)이 입에 쓴데도 눈썹을 찌푸리며 즐겨 젓가락을 놓으려 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하였다.

특히 임금의 옆에 있는 사관의 직책은 임금의 말이나 행동을 기록하는 직책이다. 그러므로 임금의 과실조차도 반드시 기록해야만 그 책임을 다한다 하여 사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입에 올리는 사람마다 헐뜯어 그의 입에 온전한 사람이 없는 자는 결코 길(吉)한 사람이 아니다." 하니 말조심을 관리의 기본 덕목으로 여겼다.

[네이버 지식백과] 관리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