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경계

"생각이나 말에 조금이라도 자랑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면 곧바로 잘라버려야 한다. 필부가 자랑을 하더라도 몸을 망치는 것을 면치 못하니, 만약 조정에서 벼슬하는 사람이 자랑을 한다면 그 해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를 것이다."

정조는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왕이다. 정조와 가까이 있었던 정약용의 말을 빌리면 정조는 환관도 가까이 하지 아니하고 여자도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술도 즐기지 않았다고 한다. 거의 모든 시간을 정무에 쏟고 시간이 나면 신하들과 경전을 토론하고 책을 읽는 것으로 보낸 임금이다.

『일득록』에서 정조가 신하들에게 일러준 선비로서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바는, 생활인으로서 집안에서 혹은 밖에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것부터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것까지 총망라한다.

벼슬하는 사람은 '자랑'을 경계하라고 하여 "생각이나 말에 조금이라도 자랑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면 곧바로 잘라버려야 한다. 필부(匹夫)가 자랑을 하더라도 몸을 망치는 것을 면치 못하니, 만약 조정에서 벼슬하는 사람이 자랑을 한다면 그 해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를 것이다." 하였다. 자랑이라는 것은 과시욕과 닮아 명예를 쫓게 되니 그만큼 관리로서는 위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조와 정조시대는 절약을 특별한 미덕으로 생각하였다. 양반의 사치가 백성들을 곤궁한 형편으로 만드니 금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실용적인 목적보다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사치를 경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가문이나 금전의 힘이 막강하여 관직을 사기도 하고 요행으로 관리가 되기도 하였다. 정조의 말을 빌면 "옛날의 선비는 설령 요행으로 등제(登第)했다 하더라도 학문이 없을 경우에는 그가 응당 맡아야 할 관직에 임용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권세가 자제들은 무식하기 이를 데 없다 하더라도 일단 과거에만 합격하면 이름을 얻는 데에 조금의 장애도 없다."고 하였다. 그런 시대라면 학문을 하고자 하는 선비들의 기세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문하는 풍토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경계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사람은 적어도 한두 가지 재주는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단지 재주가 귀한 줄만 알고 그것을 베풀고 늘리지 않는다면 다만 스스로 즐기는 데만 충분할 뿐이니 재주가 없는 사람만 못하게 된다. 실질적인 학문을 숭상하고 경박한 풍조를 멀리하기 위해 경계할 부분들이 많다. 『일득록』에는 감정에 치우쳐 행동하는 것을 경계하고 영조 때부터 내려오던 근검과 절약정신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까지 오늘날에도 필요한 가르침이 가득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경계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