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경제

"백성이 아니면 임금이 누구와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그래서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고 하는 것이다. 백성은 먹을 것이 아니면 살아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한다."

정조의 학문은 두루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것은 학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실생활에 관계된 경제적인 부분, 즉 농업 생산에 관한 문제에서 토지개혁의 문제, 군대 양성의 문제, 나아가 교육의 문제까지 모든 부분에 이른다는 말이다. 조선 전기의 천재형 군주인 세종이 한학이라는 부분에 뛰어났던 것에 비교해봐도 정조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토지 문제는 농업을 경제활동의 기본으로 하는 국가라면 늘 고민하고 개혁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 중농학파들의 토지개혁 논의가 활발하였다. 하지만 토지개혁이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일득록』에는 정조가 둔전제에 대해 말한 부분이 있다. "둔전(屯田)은 훌륭한 제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름만 있고 실상이 없었다. 재상 유성룡(柳成龍)이 도감(都監)을 설치하여 군병 1만 명을 설치하고 그 반을 나누어 둔전을 경영하여 곡식을 비축해서 군량으로 삼으려고 하였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였다. 내가 경기(京畿) 안의 두세 산군(山郡)에 장용영(壯勇營)의 향군(鄕軍) 2초(哨)를 두고 둔전을 설치하여 봄과 여름에는 농사를 짓고 가을과 겨울에는 활을 쏘며 사냥하도록 하였다. 땅에서 나는 곡식을 비축하여 그 군사들의 늠료(廩料, 품삯)를 주고 나머지를 취하여 장비를 갖추는 데 쓰도록 해서 병사(兵事)와 농사(農事)가 서로 의지하게 했다. 이는 장횡거(張橫渠)가 뜻을 두었던 일구(一區)의 정전제(井田制)와 그 뜻을 같이하는 것이다." 하였다. 정조는 궁궐의 한쪽에 농사를 직접 지어서 수확량을 알아보고자 했고, 그 수확물로 군사들의 식량을 만들어 궁내에서 자급자족을 하려고도 했다. 정조는 경영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왕이었다.

정조가 경제를 안정화시켜 그것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안녕을 도모했음을 『일득록』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정조는 "백성이 아니면 임금이 누구와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그래서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고 하는 것이다. 백성은 먹을 것이 아니면 살아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한다. 진실로 나의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의 하늘을 중히 여긴다면 백록(百祿, 많은 복)을 떠맡고 하늘에 천명(天命)이 영원하기를 비는 것이 이에 기초할 것이다." 하였다. 임금은 백성이 있어야 존재하고 백성은 먹을 것이 있어야 존재하니 먹을 것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은 임금된 자의 자세라 여겼다.

[네이버 지식백과] 경제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