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습관

"매양 취침하기 전에 두 발바닥의 가운데를 마주 문질러 비비면 기운이 저절로 퍼진다. 내가 밤마다 시험해보았는데, 처음에는 힘이 드는 듯했으나 오래도록 계속했더니 신통한 효험이 있었다."

좋은 일은 항상 더디게 오고 나쁜 일은 같이 몰려온다. 좋은 일이 더디게 오는 것은 조급하게 닥쳐서 빨리 행하여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 복이 천천히 와서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기쁜 일이기 때문이다. 고작 경서 몇 권을 수십 년에 걸쳐 읽을지라도 지긋한 깨달음을 얻는 것과 많은 양의 독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함을 비유하자면 바로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일득록』에는 정조가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 즉 민간요법과 생활습관, 풍속이 기술되어 있다. 어떤 사람의 글을 처음에 읽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지만 계속 읽다 보니 그 맛이 있더라는 깨달음과 어떤 선인의 문장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떤 부분에서만은 배울 점이 있다는 깨달음은 옛것을 대할 때 맡을 수 있는 향기 같은 것이다.

정조가 추천하는 건강법 중에 하나가 발을 문지르는 것이다. 발바닥 가운데를 문지르면 신통한 효험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우리가 흔히 쓰는 피로 해소법이다. 또한 각종 채소나 차의 효능에 대해 밝히고 자신의 경험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런 글에서 정조의 소탈한 면을 엿볼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습관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