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깨달음

"밤이면 하루에 한 일을 점검하고, 한 달이 끝날 때면 한 달에 한 일을 점검하고, 한 해가 끝날 때면 한 해 동안 한 일을 점검한다. 이렇게 여러 해가 되니 정령(政令)과 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잘하고 잘못한 것과 편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마음속에 묵묵히 깨달은 것이 많다."

본디 책을 가까이 하고 토론을 즐겨 하였던 정조는 책에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신하들과 나누면서 자기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일득록』은 정조가 경연장이나 다른 자리에서 신하들과 나눈 말들을 정리한 책이다. 『일득록』 속에서 정조의 사상과 인간적인 정조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정조는 "증자(曾子)가 매일 세 가지로 자신을 살폈다는 교훈은 학자의 실천하는 공부에 가장 긴요한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 교훈을 가슴에 담아 왔다."고 말한다. 정조는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갔다. 정조가 매일의 생활을 반성하기 위해 펴낸 『일성록(日省錄)』이 바로 그러한 뜻을 담고 있다. 정조는 밤이면 하루에 한 일을 점검하고, 한 달이 끝날 때면 한 달에 한 일을 점검하고, 한 해가 끝날 때면 한 해 동안 한 일을 점검했다. 이렇게 여러 해가 되니 정령(政令)과 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잘하고 잘못한 것과 편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마음속에 묵묵히 깨달은 것이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착한 일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일득록』에 전하는 말이 있다. "『화서(化書)』에 '악한 짓을 하는 자가 남이 알까 두려워하여도 반드시 아는 사람이 있고, 선한 행동을 하는 자가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도 반드시 모르는 사람이 있다' 하였다." 악한 일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모르게 하려고 하고 모르길 바란다. 그래서 숨기기에 급급하다. 또한 착한 행동을 하고 과시하고자 한다면 '욕심'일 뿐 진정성이 아니니 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음 가는 곳에 말도 따라가는 법이다. 정조가 말하길 임포(林逋)의 『성심록(省心錄)』에 "어진 말(仁言)은 어진 마음(仁心)만큼 정성되지 못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은 먼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만큼 혜택이 널리 미치지 못한다." 하였는데, 이것은 윗사람에게는 부적(符籍)이나 다름없는 말이다. 그러나 마음에 있는 것이 말로 드러나는 법이니, 가까운 곳에서 멀리까지 미친다면 정성이 되는 데 해롭지 않고 널리 미치는 데 해롭지 않다고 하였다.

주위에 사람을 두게 되면 일신에 이로운 말이나 듣기 좋은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윗사람은 특히 그런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주위에 난신들로 가득 차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깨달음을 얻는 데 주위에 사람이 있고 없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 많은 주변 환경이 문제가 된다면 모두 산사로 들어갈 일이다. 삼가고 주의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깨달음은 산사 속에서 조용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하나하나 모여 얻어지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깨달음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