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 볼 코치였던 빌 캠벨이 마흔에 코치를 그만두고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풋볼 코치

로 일하며 시간과 마음을 쏟았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냉철하게 선수를 교체하고 몰아세워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하니 연민 때문에 그러지 못한 탓이라고 스스로 결론지었다. 감정적인

태도는 일에 방해된다고 여겼다. 다소 실망스러운 팀 성적도 빌은 자기 탓으로 돌렸으나, 사

실, 그 뒤에는 낙후된 훈련 시설과 경제적 지원 문제가 있었다.

회사 생활에서도 그는 여전히 감정적인 사람이었으나 결과는 사뭇 달랐다. 애플의 임원 자

리까지 올랐으며 구글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 경영자의 멘토로 활약한 것, 2001년부터 그

후 15년 동안 빌은 에릭 슈미트를 매주 만났고, 조너선 조젠버그, 래리 페이지, 그리고 그

외 구글 리더들의 코치였다. 빌은 에릭이 주최하는 임원단 회의에 참석했고, 구글 본사가 위

치한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캠퍼스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딱딱한 기업 문화

속에서 부드러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몸소 보여주었다. 빌은 직원 한명 한 명에게 관심이 넘

쳤다. 그는 “딸아이 운동회는 잘 끝났어요?” 같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직원들 역시 그

물음이 의무감이 아닌 진심 어린 애정에서 비롯됐음을 느끼곤 반갑게 답했다. 그렇게 형성

된 친밀한 관계 덕에 일할 때도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직원들이

정체성을 드러내길 권했다. 사투리를 쓰든 문화 배경이 다르든 간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

도록 격려했다. 당당하고 솔직해야 신뢰받을 수 있으리란 것, 무엇보다 그는 좋은 관계를 지

키고자 애썼다. 예민하게 분위기를 읽어 기분이 상하는 이가 없도록 늘 주변을 살폈다.

훌륭한 경영자와 리더라면 다른 사람을 더 낫게 만드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 구글의 잘나가

는 팀들은 심리적으로 안전감이 있다. 팀원들은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리더가 뒤를 받쳐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팀에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각각 의미 있는 역할을 하며 팀원들의

목표와 업무가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자신감과 신뢰에 차 있었다. 빌은 자신이 코칭한

팀에 심리적 안전감. 목표의 명확성, 업무의 의미, 멤버들 간의 의존성, 그리고 영향력을 구

축하기 위해 신뢰와 사랑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빌이 사무실에 들어오면 AKC파티가 시작되는 것 같았어요. 그는 사무실에 들어오면 돌아다

니면서 사람들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고 포옹했죠.” 포옹과 인사가 끝나면 그는 가족 여행,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작했다. 빌은 팀의 코치이자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한

사랑꾼이었다. 빌은 따뜻한 관리자이면서 동시에 유능한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

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따스한 다정함’이 만연한 조직은 직원 만족도와 팀워크가 높고

결근율이 낮아 결과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빌이 이번에도 옳았

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할 때 그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소통법이 있었어요.”

왜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를 보면 이 놈, 저 XX라고 호칭해도 아무도 화를 내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죠.“

빌은 거의 모든 사람을 포옹했다. 빌의 애정 표현의 방식은 포옹과 욕설이었다. 오히려 사람

들은 빌의 포옹과 욕설을 좋아했는데, 이것이 빌의 애정 표현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사회

회의 중이건 또는 에릭이 주최하는 임원 회의에서건 상관없이, 거리가 멀면 윙크와 키스를

날렸다. 그리고 그는 단 한 번 도 선을 넘거나 넘을 뻔한 적도 없었다. 우리는 비즈니스에서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과 훈련을 받아왔다. 모든 기업은 열정이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열정은 비즈니스적인 열정만을 의미한다. 일에 대한 열정

이 아니라 다른 열정을 갖다가는 자칫하면 사내 변호사 혹은 인사과 직원들과 면담하게 되

는 수가 있다.

그래서 직장인 자아는 인간으로서의 자아와 실질적으로 다른 존재로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

다. 하지만 빌은 달랐다. 그는 인간으로서의 자아와 직장인으로서의 자아를 분리하지 않았

다. 그는 누구를 만나든 상관없이 모두를 비즈니스 파트너처럼, 오래된 친구처럼, 그리고 가

족처럼 감정을 담아 한결같이 대했다. 그리고 자신의 사람을 끔찍하게 아꼈으며 진심으로

돌봤다.

구글 최고 경영자였던 에릭 슈미트는 빌을 보며 느꼈다. 일에 있어 꼭 감정을 배제할 필요

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빌에게서 사랑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배웠다. 전문가로서의 자아와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분리하는 벽을 무너뜨리고 사람 자체를 사랑으로 포용할 수 있다면,

그 팀은 더 강해질 것이다.”

사랑이란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흔하지 않다. 회사에서 쉽사리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순수하고 꾸밈없는 휴머니티다.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정서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 이런 것은 회사가 어려운 시기를 견디게 하고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사랑할수록 강해진다. 어느 곳에서나.

출처 :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