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추론하려는 사고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귀인(歸因, Attribution)’이라고 한다. 귀인이 중요한 이유는 후속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업무 상 사고가 발생한 경우, 누군가의 실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실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에 따라 후속 조치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귀인 과정에서 빈번하게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 지각을 한 경우, 자신이 늦었다면 ‘오늘따라 길이 막혀서’, ‘버스가 늦게 와서’ 등과 같이 상황 탓을 하기 쉽다. 반면 다른 사람이 지각한 경우에는 ‘게을러서’, ‘정신이 해이해서’와 같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자세가 문제라고 여긴다. 이러한 오류를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라고 한다. 즉 행동의 원인을 추론할 때, 자기 행동의 원인은 상황의 탓으로 돌리고 상대방 행동의 원인은 상대방의 내적인 특성 탓으로 여기는 경향으로, 이 또한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사회심리학자 Wegner와 Vallacher가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분석한 결과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당시 닉슨을 비롯한 범행 가담자들은 도청 행위에 대해서 ‘국가 안보를 위해서’ 등과 같이 본인들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외적인 상황 탓으로 돌렸다. 반면 언론들은 권력자들의 부패, 권력에 대한 탐욕 등 당사자들의 내적인 특성에 보다 주목하여, 닉슨 측과 언론 간의 첨예한 갈등 국면이 전개된 바 있다.
조직에서도 이런 현상은 흔하게 일어난다. 특히, 리더가 구성원을 평가할 때 이런 편향에 빠지기 쉽다. 아무리 평소에 일을 열심히 해도 리더가 보는 순간 마침 딴 짓을 하고 있거나 졸고 있으면, 리더는 그 구성원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일에 대한 열의가 없다’, ‘조직 생활하는 자세가 틀렸다’라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구성원은 과중한 업무 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있는 중이었거나 견딜 수 없을 만큼 피로가 심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반면 리더 자신이 업무 시간에 다른 일을 하거나 잠을 잘 경우에는 ‘업무가 과중해서’ 혹은 ‘일정이 바빠서’라는 식의 상황 탓으로 돌리기 쉽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노력 부족, 자세 불량 등과 같이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고 방식처럼 위험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이는 리더일수록 더욱 유의해야 할 점이다. 구성원들을 억울함, 분노, 좌절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빠뜨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