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저희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 낀 세대라고 합니다.

베이비붐 시대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태어나기 시작한 세대이면서, 한국 경제 발전 역사의 주인공이기도 한 세대입니다.

또한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들을 돌봐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낀 세대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5형제가 있는데 가난했지만, 근면성실하고 깨우친 삶을 살았던 부모님 덕분에 공부도 제대로 하고 그 덕분에 지금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부상을 입으신 아버지께 매달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부모님 생활비 걱정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제 부모님은 몸에 밴 근검절약 정신으로 인해 조금 나오는 연금마저 모았다가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는 여유까지 누리고 계십니다.

제 부모님은 크지는 않지만 집을 소유하고 있고, 두 분이 함께 별일 없이 함께 살고 계시니 큰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모님 일로 인해 형제들이 언성을 높이는 일이 발생하면서 100세 시대의 그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90세인 아버지는 이미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고, 80대 중반에 들어선 어머니께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시면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활동이 여의치 않게 되니, 자신이 스스로 식사 해결을 못하시는 아버지께서는 막걸리로 끼니를 때우면서 치매 증세가 더 심해지셨습니다.

그러다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다가 넘어져서 얼굴을 크게 다치는 사태까지 벌어졌고요.

어머니께서는 통증이 심해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에 이르게 되어 결국 부산에 있는 막내 동생이 나서서 어머니 입원을 주선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어머니의 증세는 척추 협착증으로 밝혀져 치료를 하고 있지만, 통증을 완화하는 정도지 완전한 치료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합니다.

아버지 치매 증상도 중기에서 말기로 넘어가는 상태라 혼자 생활하기도, 어머니께서 혼자 돌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형제들의 의견이 엇갈리기,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저와 의견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 돌봄에 가장 적극적인 넷째와 다섯째는 요양병원에 억지로라도 입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둘째와 셋째는 부모님을 모실 처지가 안 되니 넷째와 다섯째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야 치매 증세가 심해서 의견을 듣는 게 무의미하지만, 어머니의 의견은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동안 어머니께서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도우미가 집에 오는 것을 거부해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괜히 어머니의 의견을 물어보았다가 요양병원 입원을 거부하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게 둘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렵더라도 어머니를 설득해야지,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듯이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행히 치료를 명분으로 어머니를 설득해서 자연스럽게 요양병원에 두 분을 입원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두 분이 2인실에서 따로 생활하시니까 불편도 없고, 식사도 제 때에 나오니 좋다고 하시니 저와 다른 형제들의 갈등이 무의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갈등은 만약 어머니께서 다시 집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번에 부모님 문제를 겪으면서 남의 일처럼 생각해왔던 100세 시대의 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부모님처럼 되면 제 자식들이 갈등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제 형제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우리가 웰빙을 넘어 ‘웰다잉’과 ‘존엄사’를 걱정해야 하는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