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우연히 101세 노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님의 MBN의 <가치들어요>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이미 고인이 되신 안병욱, 김태길 교수님들과 철학 3총사로 불리곤 했었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대로 당시에는 철학을 전공하면 가난뱅이로 살면서 고생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인데, 세 분은 용감하게(?) 철학을 공부하고, 어려운 시절에 사회의 기둥이 되셨던 분들입니다.

세 분은 친했지만, 서로 바쁘게 지내다보니 거의 만나서 개인적인 정담을 나눌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합니다.

안병욱 교수님과 김형석 교수님이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만나자고 했을 때 김태길 교수님이 거절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가하게 만나 한담을 나누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이유로 김태길 교수님이 거절했다고 하는데 일 년에 한두 번도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였을까요?

워낙 생각이 깊으신 철학자 분이었으니까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깊은 뜻이 있었겠습니다만, 저라면 친구들과의 우정도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제 짐작인데 아마도 돌아가실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고 너무 정들어서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친구가 사고가 아니라, 나이 들어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 들리면 저라도 상당히 충격을 받을 것 같으니까요.

김형석 교수님은 101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바쁘게 또 열심히 사시고 계시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습니다.

비록 앉아서 강의를 하셨지만, 목소리도 정정하고, 논리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저도 가끔 강의를 해보지만, 강의가 보기보다는 훨씬 더 힘이 드는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아직도 강의를 하신다니 존경스러웠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의 강의 중에 세 분이서 “일생에서 언제가 가장 알찬 시기인가?”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50대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합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보면 50대가 전성기이지만, 퇴직 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 생각됩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자신의 건강 비결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유전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일하는 자체가 건강 비결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하다보면 건강을 잃을 시간조차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인생 100세 시대라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좋은 의미보다는 걱정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형석 교수님처럼 산다면 인생 100세 시대가 과히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저희 부모님들처럼 인생 100세를 준비할 틈도 없이 고생하시면서 사시다가 요양병원 신세를 진다면 비극이겠지만 말입니다.

‘졸지에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요즘 베이비부머들이 100세 시대에 맞는 롤 모델이 없다고 불평이 많이 하는데, 김형석 교수님이야말로 이런 롤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세를 어떻게 살아야하나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긍정적인 사고와 배움의 자세를 갖는다면 100세 인생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 될 것입니다.

늙었다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저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 요즘 퇴직하고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제 경험을 제대로 들려주기 위해 산업카운슬링 자격증 교육을 받고 있고, 틈틈이 기업에 기술 자문도 하고 있습니다.

손자를 보는 재미와 더불어, 트레킹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친구들과 만나 한담을 즐기는 여유도 기지면서 행복한 인생 후반부를 즐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