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무슨 프로그램엔가 참석했을 때 ‘당신은 언제 가장 행복했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라고 답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은 어떤 때 가장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꼭 같은 답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다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나는 어떤 때 가장 행복할까? 지금은 ‘내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강연을 마치고 누군가 “인간은 왜 태어났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인간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태어났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유명한 물리학자이긴 하지만, 인간의 삶에 대한 그의 대답이 꼭 옳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도 인간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했을 때 가장 행복하게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고, 칭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사와 칭찬은 단순히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가 있음으로 인해 내가 행복하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시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인정해 주고, 자신이 있음으로 인해 상대가 행복하다고 하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상대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사람은 더욱 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받은 만큼 상대를 더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할 게 틀림없다. 이처럼 감사와 칭찬은 행복을 퍼뜨리는 전달자 역할을 한다.

감사와 칭찬을 하기 위해서는 칭찬하는 사람이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에게 감사하고 칭찬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감사하고 칭찬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감사와 칭찬은 나를 인정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건전한 관계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감사와 칭찬을 할 때에는 건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어야 한다. 진심이 담기지 않고 마지못해 하는 감사와 칭찬은 오히려 상대를 비참하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 보면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서 행복 하는 데 많이 불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남자들과 여자들이 대화하는 방식을 보면, 남자들은 상대를 공격하는데 주력하고, 여자들은 서로 맞장구를 쳐주는 데 익숙하다. 나도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의 약점을 잡아내어 공격하거나, 내가 옳다는 것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지 상대의 말을 듣고 칭찬을 하는 것에는 상당히 인색한 편이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상대를 인정하고 칭찬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겉으로 그 칭찬과 감사를 드러내는 것에는 매우 서툴다. 요즘 들어 칭찬과 감사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상대에게 감사와 칭찬을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쉽지가 않다.

상대에게 감사하고 칭찬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것보다는 사소한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남자들이 감사와 칭찬에 인색한 것도 어쩌면 사소한 부분은 무시하고 너무 거창한 것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요즘 나는 내 동생의 감사와 칭찬 방법을 배우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내 동생은 요리에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제수씨가 요리를 해서 내 놓으면 감사와 칭찬을 늘어놓는다. “그냥 맛있다.” 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자세하게 물어 보기까지 한다. 요리를 한 사람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는 방법은 관심을 갖고 물어보고, 요리를 맛있게 먹고, 보답으로 설거지를 한다든가, 다른 요리를 해서 대접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들을 통해 서로의 관심과 배려를 교환되는 계기가 되어 행복한 관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상에 감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 내 행복은 멀리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주위에 이미 배달되어 내가 포장을 뜯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만약 내가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하기보다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한다면 행복은 살며시 미소 지으며 내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일상에 감사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일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제부터 일상 잡담을 즐기고, 청소, 세탁, 요리 등 일상생활을 중요시하는 마음자세를 가지려고 한다.

인생 전반부에야 사회생활에 바쁘니까 일상에 소홀히 했다고 핑계를 할 수 있지만, 인생 후반부에는 바쁜 일도 없을 텐데 여전히 일상에 소홀히 한다면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인생 후반부에도 여전히 바쁘게 생활하는 사람이더라도, 일상생활과 균형을 이루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 전반부에야 성공하기 위해서 일상을 소홀히 할 수 있지만, 행복이 최우선인 인생 후반부에는 일상과 최소한 균형을 유지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나도 아직은 프리랜서지만 헤드헌터로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강의와 책 쓰기에 바쁘지만, 일상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청소와 세탁 등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요즘은 요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요리에 단순히 관심을 갖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 전에 남자들만을 위한 요리교실에 등록을 해서 네 가지 요리(한식, 이태리식, 양식, 중국식)를 배웠다. 요리를 배운 다음 집에서 잘 해 먹어보지 못하는 요리를 해서 가족들과 같이 먹는 재미도 쏠쏠하고, 요리를 매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느끼고 있다.

인생 후반부에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배우자와의 올바른 관계 정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는 아내와의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내에게만 맡겨두었던 집안일을 같이 하는 것이다. 남자들이 집안일에 참여한다는 것은 집안일의 가치에 동의한다는 의미이고, 아내를 단순히 보조자나 하녀 취급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생 후반부에도 하루 세끼를 모두 아내에게 의지하는 삼식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