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나이가 있을까? 미국의 데이비드 브랜치플라워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있다고 한다. 전 세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187개국 선진국 국민들이 가장 불행하다고 느낀 나이는 평균 47.2세였다.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가 지구촌 공통현상인 것이다.

사회심리학자도 중년기를 ‘외면적으로는 균형이 잡힌 듯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재평가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시기’라고 말한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상실감, 소원해진 가족관계에서 오는 소외감 등으로 제2의 사춘기를 겪는다.

경제적 불안감도 이 시기에 오는 큰 위기 중 하나다. 통계청의 ‘2019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자 10명 중 6명(59.1%)이 직업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데, 그 중 40대가 63.0%로 직업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개인의 관점에서 경제적 흐름을 파악하는 ‘2017년 국민이전계정’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은 생애주기 중 45세에 노동소득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다. 중년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이 통계로도 확인된다.

다행히 인생 후반부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생애주기에서 중년기가 삶을 재구조화할 시기라고 조언한다. 전반부 삶의 구호가 ‘더 많이, 더 높이’였다면, 후반부 삶은 ‘더 가깝게, 더 다정하게’로 전환하는 것이다.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질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통계개발원에서 진행한 ‘한국사회에서 주관적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행복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객관적인 소득수준도, 명예 있는 직업도 아닌 ‘좋은 관계’라고 나타났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을수록,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할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활발히 할수록 본인의 삶에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버드대에서 진행한 ‘인간 삶에 대한 연구’ 결과도 중년에 배우자, 친구 등 가까운 사람과 친밀하게 지낸 사람이 노년에 더 건강하고 행복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가장 최고의 노후준비는 건강보조식품도 재테크도 아닌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과의 돈독한 관계인 것 같다.

   <자료출처; 통계청장 강신윽의 통계로 세상 읽기,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