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기운이 싸늘해져 사람의 살과 뼈를 찌르고 산천(山川)이 적막(寂寞)해진다. 무성하던 풀에 이 금(金) 기운이 스치면 색깔이 변하고 나뭇잎도 지고 만다. 윤기 흐르던 얼굴 같은 푸른 잎은 마른 잎이 되고 만다.

  눈부신 신록과 절정의 초록이 지나면 낙엽의 시절이 온다. 낙목한천 (落木寒天)이다.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에게 암시다. 천년만년 같던 부귀영화 (富貴榮華)는 없다. 하늘은 인간에게 이런 이치를 깨닫게 하려고 성대한 시절이 다갔으니 이제는 그 기운을 죽여 침잠(沈潛)의 시간으로 돌아가라고 잎을 지상(地上)에 떨구게 한다.

  가을은 또 다른 봄이라고 했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제2의 봄이라는 것이다. 그들도 얼마 안 가서 지게 되는 것이다. 나무가 아무리 높이 자라도 떨어지는 잎은 뿌리로 돌아간다. 낙엽이 묻는다. “저는 어디로 갈까요?” “뿌리이니라” 낙엽귀근 (落葉歸根)이다. 그건 미덕이다. 낙엽이 졌다고 뿌리가 죽진 않는다. 썩어가는 거름이 되어 다음 생명의 대(代)로 무성(茂盛)해 간다. 

  겨울의 낙엽수(落葉樹)에서 새싹이 나오려면 기다림의 세월이 있어야 한다. 꽃을 피우려면 일정 시간 추위를 겪어야 한다. 추위의 총량인 냉각량(冷却量)을 거쳐 가온량(加溫量)을 채워야 한다. 나무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사람의 일생에도 가을이 있다. 머지않아 찾아올 겨울과 봄을 위해 겸허하게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