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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선 작성일 2022-11-12
제목 명품가방 말고 명품건강 조회수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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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백화점 근처를 걷다 보면 입구에 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고가의 명품 소비 폭주에 오픈런이 일상화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보상 소비 심리가 자극되어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유명 연예인들의 명품 사랑과 홍보가 더 부추기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명품 가방을 든 MZ세대들이 휴양지에서 바캉스를,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길 것이다. 명품 가방보다 챙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명품 건강'이다. 명품 건강은 생물학적으로 질병이 없는 것만이 아니라 전인적(全人的) 건강, 메타 건강이다. 명품 건강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도 없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인 시간과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메타 건강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건강, 즉 "단순히 질병과 허약함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신체, 정신,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에 기반하고 있지만, 영적(靈的) 안녕까지도 포함한다. 지금까지는 신체적 건강이 중시되었더라도 미래는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이 우리의 삶을 좌우할 것이다. 신체적으로는 건강을 자신하는 사람도 정신, 사회, 영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 연구팀이 2021년 전국 대표집단 1000명을 조사했을 때 단 2명(0.2%)에 불과했다. 그만큼 건강을 자신할 수 있는 국민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명품 건강을 목표로 세우고 노력한다면 가능하다.

지금은 누구나 100세 시대를 생각한다. 그처럼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한다. 오래 살면서도 건강하다면 더할 나위 없다. 아무리 돈과 명예, 가진 것이 많고 오래 산다고 한들 건강하지 않다면 불행하다. '내가 과연 100세까지 살 수 있을까?'를 궁금해하지만, 정작 100세까지 어떻게 살지도 걱정이다. 결국,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이지, 고통스러운 삶을 길게 끌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이다. 소유와 장수도 결국 건강해야만 의미가 있다.
 

현재만 살 것이 아니라면 미래의 건강을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 건강을 경영하느냐에 따라 20세든 40세든, 또 50세든 70세든, 앞으로 살아갈 20년, 30년을 결정한다. 생물학적 건강만이 아닌 명품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오래 살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건강하고 오래 살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영위하는 삶은 무엇을 향하고 무엇을 위한 삶인가? 건강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며 생명을 유지해야 삶이 가능하다. 삶이 가능해질 때 삶의 목적을 이룰 수 있으며 삶의 목적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이 가치 있는 명품 인생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삶은 신체 건강을 중시하는 차원을 넘어 긍정적 생각의 정신 건강,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건강, 봉사와 의미 있는 삶의 영적 건강을 챙기자. 배우고(정신), 사랑하며(사회) 나누는(영성), 즉 전인적 인간 삶과 걸맞은 명품 건강 패러다임이 필요할 때다.

나이 들면서 건강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미래가 불안하며, 삶의 목표도 상실하는 등 삶이 움츠러진다. 그러다 보니 명품 물건이나 피부 관리, 영양제를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 들면 케어해야 할 것이 몸만이 아니다. 그것들은 결코 우리의 삶을 명품으로 만들어 줄 수 없다. 청년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뿐만 아니라 마음 모양새, 좋은 인간관계, 봉사하며 가치와 의미 있는 삶을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명품 건강만이 명품 인생을 이끌어준다. 이번 여름에는 백화점, 피부과, 성형외과, 홈쇼핑만 찾지 말고 명품 건강을 즐기자. 그래서, 돈보다 건강이 먼저임을 보여주자. 고령화와 신종 감염병 팬데믹으로 인한 건강 위기도 명품 건강으로 극복할 수 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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