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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선 작성일 2022-11-12
제목 집의 노에가 되지말고 주인이 되자 조회수 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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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무엇인가? '집'이라고 발음해보니 마지막에 입술이 닫힌다. 집은 안전하게 기거하기 위해 입술을 닫듯 외부의 위험요소를 차단한 시설이다. 문을 닫으면 집은 아늑한 쉼터가 된다. 집이 언제부턴가 아늑한 쉼터라기보다는 재산 증식 수단이 되었다. 비교적 쉽게 장만할 수 있었던 집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평생의 과제가 된 사람이 많아진 이유다.

정부는 지난 6월 21일 부동산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한 이에게는 취득세를 200만원까지 면제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얼어붙은 부동산 매매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처음으로 자기 소유의 주택을 구입하는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집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집은 계속 번뇌의 대상이 될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날'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온갖 곡식과 과일이 무르익는 수확의 계절에 그 곡식과 과일을 저장하거나, 쌀쌀해지는 날씨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집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시인은 왜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짓지 않는다고 말했을까? 가을이라는 자연의 위대한 선물 앞에서 '욕망의 집'을 지을 수는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붓다도 깨달음을 얻은 직후 "집을 짓는 자여!/ 너는 이제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으리라!"('법구경' 154송)라고 노래했다. 이 노래 속의 집은 '윤회의 집'이다. 붓다도 오랫동안 윤회의 집을 떠나지 못했지만, 이제 깨달음을 얻어서 더 이상은 윤회의 집에 갇히지 않는다는 진실을 노래한 것이다.
 

나도 출가 전에 빚을 내어 집을 마련했다가 빚 갚기가 힘들어서 처분한 적이 있다. 편안해지기 위해 마련한 집이 빚더미가 되는 순간, 집의 주인이 아닌 집의 노예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대에는 20평, 30대에는 30평, 40대에는 40평, 50대에는 50평에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있고, 요즘에는 평수보다도 지역과 동네가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모두 사람들을 노예로 삼기 위해 '투기의 집'이 부리는 농간이다.

1845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만 27세의 나이로 콩코드에서 가까운 월든이라는 호숫가에 단돈 28달러를 들여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당시 하버드대의 1년 기숙사비가 30달러였다니, 1년 기숙사비도 되지 않은 돈으로 집 한 채를 지은 것이다. 그는 그 소박한 집에서 농사짓고 물고기도 잡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여가를 즐기면서 지냈다. 그런 모험을 감행한 것은 집의 노예, 재산의 노예, 일의 노예가 되지 않고도 살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서였다. 하버드대 출신들의 일반적인 출세 가도를 달리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으로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세기의 명작 '월든(Walden)'을 썼다. 집의 노예가 되지 않고 집의 주인이 된 결과였다.

얼마 전 남해안 외딴섬에서 한 부부가 버려지다시피 한 연수원 건물을 수리해 살고 있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보았다. 그들은 외딴섬의 모든 것을 정원으로 삼고 밭으로 삼고 일터로 삼으면서 하루하루를 만족해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행복한 것은 오직 쉼터로서의 집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재산을 증식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그들의 집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외딴섬은 그들 소유가 아니었고, 연수원 건물도 그들의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에 집이 언제까지 재산 증식 수단이나 투기의 수단이 될지 모르겠다. 집이 재산 증식 수단이나 투기의 수단인 한 집은 계속해서 포근한 보금자리가 아니라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알맞은 곳에 살면서 공덕을 짓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최상의 행복('마하망갈라 수타')"임을 명심하자.

[동명 스님 중앙승가대 비구수행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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