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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훈 작성일 2023-02-08
제목 한낮의 우울(우울증엔 때로 사랑보다 자존심이 필요해) 조회수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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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은 흔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질병이다. 흔하다는 이야기 부터 하면, 3년 전 우울증에피소드를 어느 신문에서 고백하고는 지인들에게 "나도 약 먹고 있어, 힘내"하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아니, 이 사람도?' 하고 놀라기도 여러번, 얼마 뒤 한국인 우울증 유발률이 36.8% 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중 1위라는 기사를 보았다.


    이해하기 힘들다는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내가 이 병에 왜 걸렸는지  어떻게 나았는지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오랫동안 낙담해 있는 것과 우울증이 뭐가 달라?' 하는 질문에 정말 답하기 힘들다. 속은 지옥인데 겉으로는 멀쩡해 뵈는 상황이 누구에게도 난데 없다.


    1028쪽 에 이르는 우울증의 역사, 의학적 분석, 정치사회 경제학적 접근, 과거와 현재의 치료법,환자들의 투병기, 글쓴이의 경험을 담아내 이분야의 고전이 된 책, '한낮의 우울'(민음사)를 읽으면 우울증을 이해하게 되느냐, 저자 앤드루 솔로몬 조차 아니라고 한다.


'암흑의 핵심'은 여전히 깜깜하다.


    그러나 암흑 주변부에도 의미 있고 유용한 사실이 많다. 예를 들어 우울증이 결코 현대 선진국 중산층의 질병이 아니라는 것. 우울증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타났고 , 그만큼 다양하게 편견


어린 시전을 받았다. 우울증에 맞서는 데에 자존심이나 허영심이 때로 도움이 된다는 지적 역시 의미 있고 유용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암흑의 핵심'에 있는 것을 언어로 최대한 붙잡고자 할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목적의식 이 없는 상태, 관점 자체가 없어지는 기분, 부식되어가는 자신에 대한 증오와 환멸, 그 상황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


      그리고 놀랍게도 암흑을 파헤치는 작업을 따라가다 보면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 점점 더 깨닫게 된다. 그것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우리는 '서툴지만 열정적인 저글링 곡예사(734쪽)가 되어 '스트레스가 많고 매혹적인 삶'을 좇아야 한다.


 


(장강명의 벽돌책.조선일보 2022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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