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공정하게 배분하려면 제로베이스에서 퍼즐을 맞추자

-  윤영철 와이씨에이치알랩 대표 컨설턴트/ 《팀플레이 법칙》 저자

업무 배분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일의 속성
실제 현장에서의 업무 배분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팀장은 오랜 고민 끝에 일머리가 좋고 일하는 속도가 빠른 팀원에게 어려운 일을 앵기고, 다른 팀원들에겐 혼자서 처리할 일 등을 맡긴다. '앵긴다'라는 단어는 '팀원은 하기 싫은데, 너밖에 없다고 구슬리거나 연말의 좋은 성과평가를 약속하며 일을 안긴다'는 의미의 비표준어이다.

이런 식의 업무 배분 회의가 반복되면 일의 숙련도가 높고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른 팀원에게 일이 몰리는 업무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특정 팀원에게 업무량이 몰리거나 부담스러운 일이 맡겨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업무숙련도가 높고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빠른 팀원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런 팀원이 없으면 여러 부서와의 협의가 필요하거나 임원에게 보고해야 하는 업무는 팀장의 몫이 된다. 게다가 서로 쉬운 일만 하려고 하기에 억지로 업무를 배분했다가는 팀원들 사이에서 억울함만 불러일으킨다. 앵기는 방법이나 업무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업무 배분 방법이 필요하다. 

새로운 업무 배분 방법을 만들려면 3가지 일의 속성을 알 필요가 있다. 첫째, 업무는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재설계 될 수 있다. 즉 업무는 고정값이 아니다. 보통 한 팀의 업무는 3~4개의 직무가 묶여 구성된다. 업무 간 연계성, 업무량, 난이도 등을 고려해 업무를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사팀은 채용, 평가, 보상, 교육, 총무, 조직문화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대로 6개로 구분할 수도 있고, 업무의 연계성과 업무량 등을 고려해 6개 이하로 묶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팀 내 업무는 분할과 통합이 가능하다. 

둘째, 팀은 하나의 조직이지만 서로의 업무가 지나치게 엮이고 섞이면 능동적으로 일하기 어렵다. 따라서 각자의 업무에 있어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팀원이 스스로 업무 일정을 관리하고 업무 진행 절차를 결정할 수 있도록 업무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누구나 비교 중독증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팀원은 다른 팀원의 업무와 비교해 자기 업무의 양과 난이도를 판단한다.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기준으로 본인의 업무를 판단하기 마련이다. 비교하면 지는 거라고 하던데, 우리는 늘 비교하며 일한다. 즉 내 업무보다 남의 업무가 쉬워 보인다. 정리하면 그동안 단순히 기능별, 고객별, 시장별 등으로 담당을 정하고 업무를 배분하기보다 앞서 말한 업무의 유연성, 업무의 자율성, 비교하는 마음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일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방법이 바로 제로베이스 목표 배분이다. 

제로베이스 업무 배분
제로베이스 업무 배분은 자신이 어떤 담당이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모든 팀원이 함께 업무 배분에 참가해 업무량과 난이도를 따져 전체 업무량을 팀원의 수만큼 구분한 다음, 팀장이 각각의 나눠진 업무에 담당을 정하는 방법이다. 제로베이스 업무 배분은 4단계로 진행하면 된다. 

먼저, 1단계는 기존의 담당업무를 없애는 단계로 모든 팀원의 담당업무가 제로베이스인 상태에서 시작한다.

2단계에서는 일정 기간동안 팀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업무를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적는다. 기존의 사업계획에서 생각한 전략과제, 최근 불거진 이슈, 예상되는 돌발업무 등 최대한 많이 뽑는다. 예를 들어 영업팀이라면 분기 영업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 홍보 행사 경청하기, 고객사 비포 서비스_{Before Services} 행사 개최하기, 악성 매출채권 대책 수립하기 등의 일상적 업무와 비일상적 업무 모두를 최대한 많이 뽑는다. 팀 성과 달성을 위한 과제를 뽑는 단계에서는 누가 어떤 업무를 얼마만큼 담당할지 모른 채로 가능한 한 많은 과제를 뽑는다. 팀장은 2단계에서 "여러분이 말씀하신 업무는 누가 할지는 미정이며, 아울러 여러분이 예상하는 과제 등도 제안하세요"라고 안내한다. 다만 2단계를 지나 팀원이 예상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수행했던 과제를 누락한다면 그 업무는 이전 업무 담당자가 수행한다고 안내한다. 

3단계에서는 도출된 과제들을 팀원들이 합의한 분류기준에 따라 배분한다. 분류기준은 업무량과 난이도를 동시에 고려해 토의를 걸쳐 결정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난이도를 다르게 느끼곤 한다. 따라서 팀장이 혼자 이건 쉽고 저건 어려우니 누가 맡아달라며 일방적으로 지정하기 보다는 팀장과 팀원이 모든 업무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토의해 팀원 수만큼 그룹핑한다. 즉 4명의 팀원이면 해야 할 일들을 4개로 그룹핑하고, 3명이면 3개로 그룹핑한다. 팀원들은 이러한 합의 과정을 통해 서로가 느끼는 업무에 대한 어려움이나 심리적 부담, 실제 업무를 수행하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이야기하고 이해할 수 있다. 

4단계는 그룹핑된 업무들에 담당자를 지정하는 단계다. 단 가장 실력이 부족한 신입 팀원에게 우선 선택의 기회를 준다. 최대한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업무에서 최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정리하면 해야 할 일을 뽑아내고 팀원끼리 토의해 업무를 그룹핑한 후 담당자를 정한다. 그룹핑된 업무들은 모두가 합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어느 팀원에게도 불리하지 않다.  

팀 목표 배분 워크숍 운영 방법
워크숍은 4.5시간 정도, 5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팀 목표 공유, 2단계는 팀 성과 복기, 3단계는 업무 그룹핑, 4단계는 담당자 지정, 5단계는 업무 전개도 그리기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팀 목표 공유 단계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상위조직인 본부(또는 사업부나 공장)의 목표와 팀 목표가 서로 전략적으로 어떻게 연계되는지의 방향과 목표 등을 팀장이 팀원에게 설명한다. 목표 공유는 본부, 사업부, 공장 등 상위조직의 목표를 나열하기보다 상위조직의 목표와 팀 목표 간의 인과관계 등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사업부 목표가 매출액이라면 팀 목표는 고객 수 증가, 핵심고객의 추가 구매량 등으로 상위조직 성과의 증감에 따라 팀 목표, 팀원 목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데, 이때는 주로 이슈트리_{Issues tree} 기법을 사용한다. 강조하지만 팀장과 팀원 모두가 어떤 일을 맡을지 모르는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팀 목표를 높이기 위한 전제조건들을 인과관계로 접근한다. 상위조직의 사업방향과 목표를 설명했다면 팀 목표를 포스트잇에 써서 화이트보드 가운데에 붙인다. 

2단계에서는 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과제를 정한다. 상위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할 주요 과제, 전년도 성과를 복기하며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과제 등도 빠짐없이 챙긴다. 업무를 도출하며 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빠짐없이 뽑고, 중복되지 않도록 정리한다.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과제 등도 제시한다. 특히 전략과제를 수집할 때 팀장은 반드시 사전에 팀 업무 배분 원칙을 공지한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팀장은 팀원들에게 '전략과제를 지금 제안하면 다른 팀원에게 업무를 넘길 수 있거나 다른 팀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추후에 말하면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공지한다. 

3단계에서는 2단계에서 도출된 전략과제를 묶어 팀원의 수만큼 그룹핑하는 전략과제 분류가 이루어진다. 전략과제 분류는 팀원들이 합의한 기준에 따른다. 팀장이 간섭하지 않는다. 이때 전략과제를 분류하는 기준은 업무별 난이도와 업무량 등을 활용한다. 팀원끼리 업무 분류 기준에 따라 2×2 매트릭스를 활용해 전략과제를 분류한다. 주로 화이트보드판에 2×2 매트릭스를 그리고 팀원들은 포스트잇에 전략과제들을 써서 붙인다. 이때 업무 그룹핑은 어느 업무를 누가 담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업무난이도와 업무량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합의한다. 전략과제 그룹핑은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4단계는 담당자 선정 및 합의 단계이다. 전략과제가 팀원들이 직접 선정한 기준으로 업무량과 난이도를 고려해 분류됐다면 팀장은 팀원의 역량에 따라 담당자를 선정한다. 팀원은 선정된 전략과제를 살피고 전반적으로 필요한 지원사항을 팀장에게 설명한다. 팀장은 팀원들의 요청사항을 살펴보고 지원을 약속하며 향후 월간이나 분기별로 점검할 내용과 일정 등을 공유한다. 

5단계에서는 팀 업무 전개도를 그린다. 팀장과 팀원은  업무 배분을 완료하면 팀원별로 담당할 전략과제를 정리해 팀 업무 전개도를 그린다. 모두가 함께 분류된 업무 그룹을 살펴보며 필요하다면 전략과제를 추가하거나 보완한다. 팀장과 팀원은 담당자 지정을 합의하고, 팀 업무 전개도를 정리한다. 

제로베이스 업무 배분을 활용하려면 사전에 합의되어야 하는 2가지가 있다. 첫째, 팀장도 팀원이라는 것이다. 즉 필요하다면 팀장도 업무를 담당한다. 간혹 팀장들은 팀의 성과 및 조직관리 등의 행정적 관리의 역할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팀장도 제로베이스 목표 배분에서 담당 업무를 맡을 수 있다. 둘째, 중간 관리자가 있다면 이들의 조직관리 과제도 목표에 반영한다. 팀원 육성과 코칭도 일이다. 

공정은 공짜가 아니다
업무 배분에서 모두가 공정하다고 느끼려면, 3가지를 챙겨야 한다. 절차공정성, 내용공정성, 상호작용 공정성이다. 절차공정성은 업무 배분이 제대로 된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내용공정성은 목표 배분을 위한 사실과 근거를 제대로 모아서 살펴봤는지를 가리킨다. 끝으로 상호작용 공정성은 업무 배분 과정에서 팀장과 팀원 그리고 팀원 간에 대화나 협의 등을 통해서 적절히 관여했는지 등을 가리킨다. 특히 상호작용의 공정성이 목표 배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팀원들도 '알아서 하겠지'라는 식으로 팀장에게 일을 떠넘기지 말자는 것이다. 연말에 좋은 평가를 공정하게 해달라고 주장하지 말고,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업무 및 목표 배분에 참여하자. 최소의 인풋 대비 최대의 아웃풋을 끌어내는 것이 성과라지만, 목표 배분에 참여하지 않고 좋은 성과와 평가를 기대하는 것은 공짜를 바라는 마음이다. 공정은 공짜가 아니다. 

그리고 팀장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퀴즈의 답으로 대신하겠다. "팀의 목표를 달성하고 여러분의 성장을 위해 실행할 일이 많습니다. 이 중에는 쉬운 목표도 있고, 어려운 목표도 있습니다. 그러니 나눕시다. 여러분이 업무를 배분하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대신 나누어진 일의 그룹핑을 누가 맡을지는 제가 정하겠습니다." 팀 성과가 퍼즐이라면 팀원의 퍼즐조각이 팀 퍼즐 내에서 맞아야 성과이지, 팀원이 맡은 어느 한 부분만 맞았다고 퍼즐이 완성된 것이 아니다. 팀장은 전체 퍼즐의 밑그림을 그리고, 팀원은 함께 퍼즐을 맞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