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레스토랑과 순대국밥집

역사적, 지리적 조건을 충족한 프랑스는 일찍이 서양식 요리의 원형을 형성 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프랑스를 위시한 서유럽이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근대 문명의 근간을 형성하면서 프랑스 요리는 고급 요리의 대명사가 됩니다. 반면 순대국밥은 조선시대 때 백정들이 소, 돼지를 잡으면 보상으로 내장, 피 등 보상으로 받은 부산물을 평민들이 즐겨먹는 해장국이나 순댓국의 재료로 팔아서 생활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태어난 순댓국은 지금까지도 서민음식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격조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은 셰프들의 우아한 꿈입니다. 반면 순대국밥집은 아무래도 생계형 식당의 느낌이 납니다. 프랑스 요리 셰프는 겉으로 보기에는 격조 있고, 명성을 얻고 인정을 받을 지 모르지만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실제로 돈을 벌기가 어렵습니다. 고가의 재료비에 낮은 회전율 등 다른 원가구조도 높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순대국밥집은 하루 종일 냄새 나는 돼지 내장을 손질하고, 반찬으로 내놓을 김치도 자주 담가야 합니다. 그러나 외양은 소박하지만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늘어나 돈을 법니다. 사업 관점에서 본다면 전자의 프랑스 레스토랑은 전형적인 외화내빈이고, 실속은 순대국밥집 입니다. 사업이란 본질적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일입니다. 화려한 외양과 수익성의 확보는 별개의 문제 입니다.

■ 사업의 핵심은 외양이 아니라 실질적 수익성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해도 돈을 벌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사업이란 ‘생존’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시장’이라는 도로위를 ‘이익’이라는 연료를 태우면서 달리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도로 위의 자동차들은 많고, 뒤처지면 연료가 바닥나 자동차는 멈춥니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학교 운석철 명예교수의 ‘생존부등식’이 사업의 본질을 간단명료하게 나타냅니다. 소비자는 가치가 가격보다 높아야 구매하고, 생산자는 비용보다 가격이 높아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사업의 생존부등식은 ‘가치가 가격보다, 가격은 비용보다 높아야 한다’ 입니다. 또한 가치, 가격, 비용의 연결구조는 역동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가 인식하는 가치, 시장에서 형성 되는 가격, 생산자의 비용구조는 환경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합니다. 이러한 역동성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이 바로 사업의 본질입니다.

■ 업의 본질에 대한 자신만의 확실한 관점이 있는가?

- 삼성 신경영의 핵심이었던 ‘업의 개념’

< 업의 개념이란? >

20여년 전 삼성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과 대화하면서 사용한 용어입니다. 사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본질과 특성을 업의 개념이라 하며 이 업의 개념은 삼성 그룹에서 사업의 경쟁력과 핵심성공요소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 표현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었습니다.

1993년은 삼성 신경영이 시작된 해입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꿔보자라는 슬로건이 그 상징 이었습니다. 신경영이 시작된 이후 1990년대 변두리 골목대장에 불과했던 삼성전자가 오늘날 글로벌 초일류로 부상한 분기점이었던 1993년 신경영의 출발점은 6월 6일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출장 가방에 담겨 있던 소위 후쿠다 보고서 였습니다. 일본 교세라 출신인 후쿠다 다미오 고문이 적나라하게 지적한 삼성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삼성을 비롯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훗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폭제였다고 평가 됩니다. 당시 삼성은 업의 개념에 대한 성찰을 강조 했습니다. 단순히 어떤 물건을 어떻게 만들어서 누구에게 판다라는 차원을 넘어선 본질적 개념을 정립해야 사업의 현재와 미래가 보인다는 의미였습니다. 업의 개념이란 제품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이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깊은 성찰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얻게 합니다.

■ 술집의 업은 무엇인가?

101세까지 술집을 운영한 일본의 아리마 히데코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녀는 진급에 실패한 샐러리맨에게는 위로의 편지를, 사업에 성공한 사업가에게는 축하의 편지를 쓰는 것이 평생 동안 거르지 않던 오전 일과였습니다. 손님들과 풍부하고 격조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 매일 3개 신문의 뉴스뿐 아니라 광고까지 읽으면서 시사지식을 꾸준히 습득했습니다. 단골손님 가운데는 전직 총리를 포함,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소설가 엔도 슈사쿠, 일본 이토추상사의 전 회장 세지마 류조 등 명사들이 즐비했습니다. 술을 매개체로 인생 상담업을 했었던 그녀는 업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던 사람들 중 한 명 이었습니다.

■ 디지털시대, ‘업의 개념’을 생각한다.

산업화 시대 기업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으로 분류 했습니다. 기업은 3가지 유형자산을 최적으로 결합해 제품을 생산하고 수익을 창출합니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술, 지식, 브랜드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기업의 핵심자산은 무형자산 중에서도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글로벌 유통시장의 지존인 아마존 경쟁력의 핵심은 고객별로 제안하는 역동적인 가격책정 알고리즘입니다. 경쟁자와의 격차를 확대 하기 위해 알고리즘의 적용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시장구도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업의 개념’은 더욱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근본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전달하는 사업구조를 구성하는 사업의 본질에 천착하게 합니다. 기술과 시장은 급변하지만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전달하는 업의 본질은 변함없습니다. 이는 30만년 전 지구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가 21세기까지 비약적 진화과정을 걸쳤지만 기본적 목표 함수인 ‘생존과 번식’이 변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초입에 업의 본질을 고민했던 삼성이 변방의 골목대장에서 글로벌 리더로 도약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업의 본질은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화두 입니다.

■ 100세 시대, 100년 기업의 비밀

-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도 기업 수명은 30년 내외

사람에게는 수명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연 수명은 태어나서 성년으로 자라나 결혼해 낳은 자녀가 다시 성년이 되기까지의 기간입니다.  20세기에 식량 문제가 해결되고 의료가 발달하면서 평균 수명은 80세가 넘었고 100세 시대가 눈앞입니다. 일종의 유기체적 성격을 띠는 기업에게도 수명이 있습니다. 태어나고 성장해 활동하다가 소멸되는 흥망성쇠의 과정을 거치는 기업의 수명은 대략 30~40년 입니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년이었고, 일본 메이지 유신 이후 100대 기업에 오른 회사들의 평균 수명이 대략 30년입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 수명도 30년 내외입니다.

■ 글로벌 대기업의 장수는 위기관리 능력

기업 수명 30년은 사람으로 치면 한 세대 정도의 기간으로, 창업자의 활동기와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