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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남숙 작성일 2011-02-15
제목 김밥싸는 아버지의 모습 조회수 2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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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아버지는 오늘도 김밥을 싼다. 속에 들어가는 것은 간단하다 못해 초라하다. 검은 콩, 단무지, 그리고 얼마 전부터 넣기 시작한 햄. <br><br>트럭 기사인 아버지가 이용하던 기사 식당이 문을 닫은 뒤, 인근 식당에서 한 끼를 4천 원으로 때우셔야 할 때부터 아버지는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초라한 속 재료에 비해 너무나 두툼한 김밥 두 줄이 어느새 3년째 아버지의 점심이다.<br><br>“그건 절약이 아니고 궁상입니다.” 철없는 자식이 못난 말을 하면 아버지의 김밥 예찬론이 펼쳐진다. “고속도로 휴게실 음식은 배가 안 찬다”, “바쁠 때 김밥을 먹으면 시간도 절약된다.” 궁색한 핑계에 가까운 답변에 나는 그저 쓴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br><br>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약주를 거나하게 한잔 하시고 들어와 다리를 주물러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 입에서 전혀 뜻밖의 말이 나왔다. “네 앞에서 이런 말 하긴 그런데, 솔직히 나도 참 부끄럽다.” “네?” “김밥 말이다.” <br><br>어느 날 차 안에서 김밥을 먹다가 동료 기사들과 우연히 마주치셨단다. 그래서 아버지는 “내가 허리를 다쳐 갖가지 약을 써봐도 효과가 없었는데, 용한 한의사가 검은 콩과 김을 5년 정도 꾸준히 먹으면 낫는다고 해서 집사람보고 김밥을 싸라고 했어. 허허”라며 변명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어쩌겠냐. 동생과 너 대학 마칠 때까진 어머니랑 나랑 허리띠 졸라매야지.”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br><br>못난 자식은 아버지의 몇 달치 점심 값을 군대 가는 후배를 위해 술값으로 낸 적도 있고, 아버지의 점심 값 일 년 치가 넘는 돈으로 여자 친구와 커플링을 산 적도 있다. <br><br>가끔 술이 많이 취한 날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분식집에 들어가 김밥을 시킨다. 젓가락을 쉽게 들지 못하고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자꾸 아버지 모습이 아른거린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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