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9일 오후 4시. 승화원에서 화장식이 끝난 후 아직도 따듯한 온기가 남아있는 어머님의 유골을 가슴에 안고, 아들은 장례버스에 올라 어머님과의 마지막 작별여행을 하였습니다. 버스 둘째 칸 2인용 좌석에 먼저 앉아 그 옆에 보자기로 곱게 싼 어머님을 모시고 다정한 그 옛날의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어머니! 오랜만에 아들하고 함께 있으니 좋지요?”

“그래, 난 무척 좋은데 아범 너는 피곤하지?”

옛날의 어머님은 언제나 아들 걱정만 하셨습니다.

아들은 어머님 살아생전의 기억들을 떠 올리며 이야기를 계속 합니다.

“어머니! 저 회사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차조심하고 밥 꼭 챙겨 먹어라.”

아들은 회사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어머님께 인사를 합니다.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아범 왔구나, 오늘 많이 더웠지? 얼른 씻고 배고플 텐데 밥 먹자.”

90세가 넘은 어머님은 환갑을 넘긴 아들이 늘 걱정이 되었던지 아침에 출근할 때면 항상 차조심 하라고 걱정하셨고, 행여 점심이라도 못 먹고 건너뛸까봐 꼭 밥을 챙겨먹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추모공원으로 가는 동안 아들은 옆 좌석의 어머님 유골함에 항상 간직하고 있던 긴 염주를 걸어드렸습니다. 마치 생전에 예쁜 목걸이를 어머님 목에 걸어 드리듯이 정성을 다해 보자기에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버스가 많이 gms들릴 때마다 혹시라도 다치실까봐 안전벨트로 유골함(어머님)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켜 드렸습니다. 행여나 벨트가 너무 조여 아프시지 않도록 지그시......

그러자, 어머님은 잠시 후 환한 얼굴로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범아! 벨트를 편하게 매어주어서 너무도 고맙구나.”

그 말을 들은 아들의 눈에서는 순간 눈물방울이 하염없이 떨어져, 검은 상복 바지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아들에게 또다시 다정하게 말하십니다.

“아범아! 오늘 날이 더운데 시원한 냉면해줄까?”

더위에 하루 종일 지친 아들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눈치 빠른 어머니는 재차 말씀하십니다.

“오늘 날이 하도 더워서 지쳤구나......, 시원한 수박 먼저 가져올까?”

평소 집에 계실 때면 아무리 더운 날에도 선풍기 보다는 부채를 사용하시던 어머님은 더운 날 아들이 집에 들어오면 선풍기를 돌려 아들이 땀을 식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어머님 살아생전에 많은 추억들이 아들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버스가 어느 덧 유골이 보관될 추모공원에 도착할 즈음 어머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들에게 물어 보십니다.

“아범아!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니?”

이 말에 깜짝 놀란 아들은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대답합니다.

“어머니! 지금 법당으로 먼저 가서 부처님께 절하고, 어머니 극락세계로 가게 해달라고 빌꺼에요.”

한참동안 말이 없던 어머님은 체념한 듯 말하십니다.

“그래..., 아들아 정말 고맙다. 사는 동안 우리 아들이 애미한테 너무 잘해줘서 참 고마웠다.”

이 말을 듣는 순간 60대 중반의 늙은 아들은 목이 메여 마침내 어머님의 유골함에 얼굴을 파묻고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들의 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이 애미가 없더라도 항상 몸 건강하고 아프지 말아라. 그리고 우리 아들 보러 자주 올께! 알았지?”

그 말을 들은 아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를 떨군 채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울면서 아들은 말했습니다.

“어머니, 왕생극락 하세요. 제가 부처님께 절할거예요.”

늦은 밤 어머니를 부처님 곁으로 보내야 하는 아들의 입에서는 반야심경의 독경소리가 법당 안에 구슬프게 울려 퍼졌고, 사바세계에서 이어져온 어머니와 아들의 깊은 인연도 마지막 길 떠나시는 어머님의 왕생극락을 축원하는 스님들의 목탁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밤하늘의 허공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