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는 것 같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에 세찬 바람까지 불어댄다.

단풍으로 알려진 설악산이나 내장산, 강천산 등의 명산을 찾지는 못했어도

아파트 단지 안의 단풍과 벚나무 은행나무 잎들이

빨갛고 노랗게 곱디고운 자태를 뽐내는 모습에 흠뻑 취하곤 했다.

어제 밤에는 유난히도 세찬 비바람이 불어오더니

떨어진 단풍잎새들이 바닥을 포근하게 물들이고 있고

몇몇 남은 잎새들은

대견스럽게도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가을을 아쉬워하는 것만 같다.

아니면 나무가 버리지 못하는 봄, 여름, 가을에 대한 미련일레나.

아직은 남아있는 형형색색의 가을을

이 밤에 조용히 보낸다.

겨울이 왔다가 소리없이 떠나가면 또 그렇게

새봄이 올 것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