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로당 앞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 한켠에

가로 2.5m * 세로 1m * 높이 1m인 나무로 만든 상자텃밭을 여러 개 이어놓고

바닥에 구멍을 뚫어 부직포를 깔고 자갈을 넣은 후 마사토에 퇴비를 섞어서 채운 다음

봄에는 오이와 토마토 상추 치커리 고추를 모종으로 심어

매일 물을 주면서 햇빛과 바람의 힘을 빌어 가꾸었다.

앙증맞은 열매가 제각각 충실히 익어가는 모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작은 가시와 노란 꽃을 그대로 달고 있는 오이

반질반질 윤나는 푸른색의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고

하얀 꽃이 피어나고 푸른 고추가 자라나고

상추와 치커리도 자라서 작지만 많은 노란 꽃이 피었다.

씨앗을 맺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들과 함께 일부러 산책을 나와서 살펴보곤 했다.

싱싱하던 채소가 누렇게 변해갈 즈음인

9월초에는 같은 자리에 퇴비를 다시 섞어주고서

김장용 배추와 무 갓을 심었다.

씨앗으로 심은 무와 갓의 씨에서 싹이 나고 자라는 속도가 모종으로 심었던 배추의 자라는 속도와 거의 같은 것인지 크기가 거의 같아졌다.

풋풋하고 튼실하게 자라나는 배추잎에 붙은 배추흰나비 애벌래의

꼬물거리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면서

나도 몰래 웃음짖게 되곤 했다.

이제는 상자텃밭에 하얀 눈이 소북히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