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간 참사랑과 HYO정신

                                                 효와 행복연구소장

                                                 교육학박사 고영기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냇물에 새기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또 "배우자의 장점은 나팔로 불고 단점은 가슴에 소리없이 묻으라"는 말도 있습니다. 부부가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을 텐데 그 와중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기 위해서는 즐거운 일만을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Montaigne, Michel De : 1533-1592)는 "좋은 남편은 귀머거리가 되고 좋은 아내는 장님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뜻은 배우자의 단점에 대해서는 질끈 눈을 감아 주어야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 "가는 자"가 "남은 자"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짧습니다. “여보! 미안해" 이 말속에는 참 많은 뜻을 내포합니다. 세상의 많은 짐을 맡겨 놓고 가는 것이 미안 할 수도 있고, 함께 살아 오면서 좀 더 잘 해 주지 못한 것이 미안 할 수도 있고, 그동안 마음 아프게 한 것이 미안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재산은 남겨 놓은 게 없는데 앞으로 성장할 어린 자녀들을 모두 남겨 놓고 가는 것이 미안 할 수도 있습니다.

왜 떠나는 사람은 남은 사람에게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너무나 많은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온 참된 의미를 이제 비로소 깨달았는데 먼저 떠나는 것이 미안해서 일 것입니다.

만약 나의 배우자가 시한부 1개월의 삶이 남았다고 상상해 볼까요? 내가 배우자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요? 떠나는 자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지만 남은 자는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진정 소중한 것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떠나고 나면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함께 있을 때는 나의 소중한 배우자를 일상에 묻어 버리고 마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공기와 물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는 값없이 제공받는 그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며 지나칩니다. 유희와 쾌락을 위해 소중한 시간과 돈을 허비하면서도 진정 소중한 가정과 내 인생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관심 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요? 가정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일터입니다. 가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살아 있을 때 서로 잘 해 줍시다.”

사람은 어떤 마음을 품고 사느냐에 따라 생활 자세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행복하길 원한다면 상대의 좋은 것만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각박하고 무서운 세상, 언제 갈라설지 몰라 혼인신고도 안 한다는 세태 속에서 2012년 11월 7일자 헤랄드 경제는 “아내를 위해 쌓은 6000개의 ‘하늘 계단’”이라는 기사를 통하여 아직까지 사랑의 힘은 죽지 않았고 또한 참사랑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시간을 무려 56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1956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시초프의 스탈린 비판으로 중·소 이념분쟁이 일기 시작했던 이 시기에 충칭(重慶)시 중산구(中山古) 가오탄(高灘)촌에 살던 20살 청년 류궈장(劉國江)은 그보다 10살 연상이며 아이가 넷 딸린 과부 쉬차오칭(徐朝淸)과 사랑에 빠졌다.

        어렸을 때부터 같은 마을에 살던 두 사람이 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바로 쉬차오칭(徐朝淸)씨의

        자살 시도였다. 과부가 되어 아이들과 홀로 남겨진

        쉬차오칭(徐朝淸)씨는 어느 날 막내를 등에 업고 물에

        뛰어 들었다. 마침 류궈장(劉國江)씨가 나타나 쉬차오칭

        (徐朝淸)씨를 구해주면서 러브스토리’는 시작됐고 결국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주변의 소문과 시선은 따가웠다. 결국 두 사람은

   아이들을 데리고 인적이 없는 해발 1,500m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화전을 일구고 가축을 치는 고된 일과에도 류궈장(劉國江)씨는 사랑하는 아내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다 돌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50여년이 넘게 오로지 망치와 정 그리고 삽 하나로 6,000개의 ‘사랑의 하늘계단(愛情天梯)’을 놓았다. 계단 옆에는 작은 구멍을 따로 만들어 손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한평생의 보살핌’을 보여준

       류궈장(劉國江)씨가 병사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자신의 발 밑에서 사랑을 느껴왔던 쉬차오칭 씨도

       남편을 그리워하다가 지난달 말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갈수록 세상 인심이 각박해지고 사랑도 인스턴트가 되어 버리면서 이제 ‘사랑’이란 두 글자는 돈, 집, 자동차, 심지어는 ‘부모’의 경제력으로 결부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재인식과 진지한 반성을 가져다 줍니다.

가난한 두 사람에겐 달콤한 사랑의 선언도, 반짝거리는 결혼반지도, 화려한 결혼식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류궈장(劉國江)씨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반세기가 넘게 ‘사랑의 길’을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망치와 정 그리고 삽 하나로.....류궈장(劉國江)씨는 6,000개의 계단을 통해 자신이 진실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는 남자나 여자나 직장이 없고 수입이 없으면 연애할 자격도 없고, 서로가 재력이나 집안배경을 따져본 후 결혼 상대를 선택하면서도 ‘사랑한다’를 남발하며 살아가는 우리 세대 젊은이들의 행태보다 백배 천배 나은 사랑의 표현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부관계는 수많은 힘겨운 시기를 거치기 마련입니다. 두 사람 가운데 누군가 힘겨워할 때 잠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을 한 마디 조언이나 행동을 곰곰이 떠올려 보실 때가 있었는지요.....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헤아려볼 시간일 뿐 상대방이 당신을 싫어하고 멀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상대방이 가만히 침묵하더라도 그것은 당신과 함께이길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힘겨운 시기를 헤쳐나갈 지혜를 떠올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서로에게 좀더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의 속마음을 존중하며 말없이 지켜보며, 각자의 마음에 사랑의 힘을 길러낸다면 훨씬 더 슬기롭게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극복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서로 성장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지구상의 인구중 한 사람인 최소한 70억 분의 1의 확률로 만난 인연, 정말 섬뜩할 정도로 기적적인 확률로 만났으니 그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지요.... 함께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많은 것을 얻는 동시에 또한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 기적같은 인연을 끝까지 소중하게 지켜가기 위하여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되어야하기에 가끔은 한 발자욱 뒤로 물러서서 기다릴 줄 아는 여유와 인내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르겠다며 하루가 다르게 메말라 가고 불신하는 세상, 그 속에서도 ‘진실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의 가정, 사회, 국가는 더욱 정이 많아지고 따뜻해 질 것이기에, 위 두 사람의 순애보는 ‘사람은 유한하지만 사랑은 영원하다’는 말을 우리들 가슴속에 심어주고 있습니다.

인도(人道)정신이란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며, 모든 사람이 평등한 위치에서 공존·공영하며 살아야 한다는 정신 즉 사람은 사람답게 서로 대우하면서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기에 분명 두 사람의 마음 밑바탕에는 HYO(Humanity between Young and Old)와 인도(人道)정신이 있었기에 참사랑이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