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trauma) 14.11.07

트라우마(trauma)는 어학 사전상 정신적 외상, 충격적 경험, 부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의학 용어상으로는 영구적인 정신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됐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단체상담 겸 심리학 강의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K 교수의 강의로 필자의 경우 살 만큼 살아온 노년에 무슨 심리학 강의(?) 라고 신통치 않게 생각하고 참석하게 되었다. 그러나 경륜 있는 심리학 교수의 명강의는 가슴을 파고드는 설득력이 출중하였다.

내용은 이렇다. K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충청도 산골에서 살다가 바람난 엄마를 따라 새아버지에게 가게 되었다고 한다. 유년시절 시골에서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살림살이는 피폐했다고 한다. 눈칫밥만 먹던 어느 날 고등어 반찬에 정신없이 젓가락이 가던 교수는 새아버지한테 폭언과 질책을 듣고는 눈물로 치욕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한 교수는 그 후 나이 30살이 되기까지 성인 남자들과의 겸상을 못 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학 전공교수가 되기를 결심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교수의 진지한 과거사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표정에 압도되어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어느 날 양평 두물배기에서 산책을 하다가 김현석의 <아침 일찍>이라는 음악을 듣던 중 아픈 과거의 초등학교 2학년 본인을 불현듯 발견하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되면서 마음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개별상담시간에 참석자들에게 단어 카드를 나누어 주고 자신이 꼭하고 싶은 카드를 하나씩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도록 했다. 한 참석자가 “소신”이라는 카드를 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가족들과 외식을 가서도 가족의 의견을 먼저 듣고 항상 같은 음식을 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으로 이제 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평생 소신 없이 살았다고 생각하느냐는 교수의 이어지는 상담 질문에 그는 자신이 65세로 올해 1월 중소업체를 직원들에게 배신당하고 넘겼다는 억울함과 그 일로 부인과 가족 그리고 친구, 지인들에게서 멸시를 받아 가슴 쓰린 사연이 있다며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소신을 갖고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수는 “소신을 갖는다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요.” 라고 질문하자 “아내가 제일 좋아할 것”이라고 답했다. 교수는 자신 있게 설명을 이어갔다. 내면세계로 들어가면 소신을 갖게 되면 제일 좋은 사람은 본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우주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본인이기 때문이리라. 강의가 끝난 후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필자도 부모 없이 홀 할머니 아래 조손가정에서 성장했다. 솔직히 중학교 다닐 때까지 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커오면서 세상을 보니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사연을 가슴이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이기고 성공한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 불쌍한 척한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 심리학을 더 공부해야겠다. 나머지 인생을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 말이다.

 <유어스테이지     시니어리포터 홍중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