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서울에서 이름이 알려진 대학이나 되어야지,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당당하게 경쟁해 보지도 못한 채 서류심사에서 외면을 당하기가 일쑤다. 세상은 이처럼 불공평하다. 어디 젊은이들의 직장뿐이겠는가? 보따리장수라는 대학의 시간강사들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학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까닭이다.

   직장이나 사회가 공평하지 않아 서러운 사람이 많은데 가정에서 조차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가정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어느 분유회사에서 아이가 둘 이상되는 엄마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예뻐 보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129명의 엄마 중에 86%나 되는 111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는 말은 틀린 것 같다. 그중에도 보채지 않고 말을 잘 들렀기 때문에 다른 아이보다 예쁘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아이보다는 순한 아이를 더 예뻐하는 모양이다. 이런 엄마의 태도가 계속된다면 아이가 차별을 받는다고 느껴서 자존감에 손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야 아이를 공평하게 대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부모가 불완전하고 연약한 인간이기에 공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아무리 최선을 다하여 공평했다고 해도 아이가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맏이와 둘째 아이를 기를 때 환경이나 여건의 차이가 있게 된다. 둘째 아이는 조금 나아진 환경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보다 안정적으로 키울 수가 있다. 이처럼 당면한 상황에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할 뿐이지 상대적으로 얼마나 공평한지를 논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가 부모로부터 차별을 느낀다면, 잘못된 태도를 고백하며 고치기를 매 순간마다 결단해야 한다.

   공평하다는 것은 아이들 모두에게 똑같이 해주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마음이나 태도에서는 똑같아야 하지만, 아이의 개성이나 처한 환경에 따라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다.  오히려 부족한 아이를 더 보살펴서 다른 아이와 균형을 맞추는 일도 공평한 태도일 것이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더라도 가정에서는 공평함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 공평한 대우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라야 세상으로 나가 공평한 나라를 이루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언혁 나사렛대학교 교수 저 <지혜롭게 키운 자녀가 성공한다> 아침향기 출간  가운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