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은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 엄마를 잃고 남편과 이혼한 후 '스트레이드(방황하다는 뜻)로 성을 바꿨다. 이름처럼 그의 인생은 표류하고 있다. 헤로인에 손을 댔고 남자라면 닥치는 대로 잠자리를 가졌다. 6년간의 결혼생활은 비참하게 파탄났다. "한때 나는 강하고 책임감 있고 꿈이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쓰레기'가 된 거지?"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인생의 급류에서 우선 벗어나야 했던 그에게 한 광고지가 눈에 들어왔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종단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이었다. 답을 알길 없는 그녀는 답 없는 여정에 마음이 끌렸다.한 해 120여 명만 완주할 정도로 외롭고 힘든 길, 그러나 길 위의 외로움은 진짜 삶의 외로움에 비하면 무섭지 않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와일드>는 1995년 26세의 셰실 스트레이드가 1,770Km를 94일간 완주한 기적같은 실화를 담았다. 동명의 자전적 회고록이 원작이다. 영화는 한 인간이 고독과 맞서 싸우는 험난한 여정을 통하여 상처를 수용하고 영혼을 치유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아픔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니까. 결국 희망은 자기 안에 있었다. 불쾌한 과거가 출몰할 때마다 그는 스스로에게 "후회하느냐"고 물었다. 고통스러운 번뇌를 반복하던 그는 마침내 깨닫는다.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반복할 것"이라고.  아픔을 수용할 때 비로소 강해진다. 아픔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니까 결국 희망은 자기 안에 있었다.

   인생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장면이 많다. 해발 3,000M에 이르는 산을 자기만한 커다란 배낭을 메고 힘겹게 오르는 모습을 멀리서 잡은 와이드 샷은 경이롭고 강렬하다. 마침 그 위로 유려하게 흐르는 시이먼&가펑클의 '엘 콘도르 파사'는 "못보다 망치가 되라"고 속삭인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요" 종착점을 앞둔 셰릴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인생이라는 미지의 길위에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선희 기자>

발췌 : 매일경제 2015. 01. 29 A30